HD현대일렉트릭 울산 스마트 공장에 설치된 철심자동적층설비. [HD현대일렉트릭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HD현대일렉트릭이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으로 올렸다.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호황기를 최대 실적 경신 등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37억4300만달러(약 4조9000억원)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19억4800만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로 회사가 연중 두 차례에 걸쳐 상향했던 목표 금액(31억8600만달러)보다도 17.5% 많다.
매출 전망치도 3조3020억원으로 지난해 목표(2조5460억원)보다 29.7% 올렸다.
이미 수주잔고가 5조원 이상 쌓여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추가 수주에 적극 나서 매출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력기기 수요 증가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유지되고 있어 선별 수주를 통한 수익성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글로벌 전력망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인프라 투자 확대가 기회가 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21년 기준 연간 360조원에서 2030년 66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에선 인플레이션감소법(IRA) 등의 여파로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데 HD현대일렉트릭은 현지업체와 비교해 기술력, 납기 등에서 우위를 보이며 물량을 대거 따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를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급 목표를 늘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올해 27.3GW에서 2030년 58.7GW로 늘리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사우디전력청, 사우디 소재 EPC(설계·조달·시공)사 등과 총 3000억원 규모의 신규 계약 4건을 따내기도 했다.
이에 2019년만 해도 적자를 기록했던 HD현대일렉트릭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2022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71% 늘어나는 성장을 이룩했고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증권가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전망치)는 2조6858억원으로 2022년(2조1045억원) 대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전년(1330억원)의 두 배가 넘는 2868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생산능력 확대와 자동화 도입 등을 통해 글로벌 전력기기 수요를 적극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울산 공장에서는 철심공정 통합을 위한 272억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이며 미국 앨라배마 법인은 180억원을 들여 조립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청주 스마트 공장 건설을 위해 117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 청주 공장까지 완공되면 HD현대일렉트릭의 생산능력은 현재의 약 2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실적 상승을 이끈 공로로 지난 2일 ‘HD현대 경영인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