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려 취객인 줄 알았던 80대 저혈당 쇼크…경찰 ‘이 것’ 먹여 구했다

[대전경찰청 페이스북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취객 관련 민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저혈당 쇼크가 온 80대 노인을 설탕물을 먹이는 응급 조치로 극적으로 살렸다.

5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2시 56분께 대전 유성구 원내동 한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계란을 떨어뜨리고 복도에서 잠들려고 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간 유성경찰서 소속 진잠파출소 박성인 경감과 한상훈 경위는 80대 노인 A씨가 아파트 9층 복도 난간을 붙잡고 위험하게 서 있는 걸 발견했다.

박 경감과 한 경위는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지 않고 남의 집 앞에서 난간을 힘겹게 붙잡고 있던 점을 의아하게 여겼다.

[대전경찰청 페이스북 갈무리]
[대전경찰청 페이스북 갈무리]

경찰이 신원을 확인한 뒤 12층인 거주지까지 A씨를 데리고 가던 중 A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경찰들은 A씨 집 현관문을 급하게 두드렸고, 놀라서 울먹이고 있는 아내 B씨로부터 '저혈당 환자'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손이 불편한 아내 B씨는 장 보러 나간 남편이 집에 오지 않아 찾으려 나가던 참이었다.

경찰관들은 A씨를 집 안으로 옮긴 뒤 손이 불편한 아내를 대신해 설탕물을 조금씩 먹였다. 경찰관들은 힘겨워 하는 A씨에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아야지"라며 북돋았다.

10여분 뒤 일부 의식이 돌아온 A씨는 구급차에서 완전히 의식을 찾아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119 응급대원은 "추운 날씨에 혈관 수축으로 혈관 포도당 주입이 어려웠던 상황에 경찰관의 설탕물 응급처치로 환자 상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건강을 회복한 A씨는 이후 자신을 도와준 경찰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박성인 경감은 "출동 현장에서 급하게 응급조치해야 할 때는 혹시라도 나쁜 결과가 나올까 봐 걱정도 된다"면서도 "당시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나 몸이 불편했던 할머니가 부모 같았고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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