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하도급 업체가 원사업자에게 대금 조정 협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하도급 대금 조정 제도’의 활용률이 1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2년 하도급 거래가 있었던 원사업자 1만3500곳, 수급사업자 9만곳을 대상으로 ‘2023년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를 벌여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수급사업자 대상 하도급 대금 조정신청 여부 [공정거래위원회] |
하도급 대금 조정 제도는 계약 기간에 공급 원가 변동 등으로 하도급 대금 조정이 불가피할 때 수급사업자 또는 협동조합이 원사업자에게 대금 조정 협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 조사에서 하도급 대금 조정 제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수급사업자는 전체의 64%였다. 1년 전 조사(59.1%)와 비교하면 5%포인트 가까이 인지도가 늘었다.
하지만, 실제 하도급 대금 조정 신청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수급사업자는 전체의 8.6%에 그쳤다. 1년 전(6.8%)보다는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활용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하도급 대금 인상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공급원가 상승 폭이 크지 않아서’(17%), ‘다음 계약에 반영하기로 합의해서’(9.9%), ‘원사업자가 수용할 것 같지 않아서’(8.4%) 등이 언급됐다.
수급사업자 일부는 ‘납품 대금 인상 요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5.3%), ‘요청했던 가격의 25% 미만만 인상됐다’(10.2%) 등의 응답도 내놨다. 공정위는 “공급원가 상승으로 인한 대금조정 신청 비율이 증가한 만큼 10월부터 시행 중인 ‘하도급대금 연동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사업자 중 7.2%는 수급사업자에게 기술 자료를 요구한 적 있다고 응답했는데, 1년 전 조사(3.3%)와 비교하면 응답률이 2배 이상 늘었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목적과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을 서면으로 적어 수급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술자료는 비밀로 관리되는 제조·수리·시공·용역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와 그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자료를 말한다.
여전히 기술자료를 구두로 요청했다고 답한 원사업자는 7.6%였다. 그 이유로는 ‘관행적 요구’(50.4%)가 가장 많았고 ‘서면발급 사항 여부 불분명’ (33.3%), ‘요구 건수가 너무 많아서’(10.8%), ‘서면발급 의무를 알지 못해서’(5.5%) 등이 뒤를 이었다. 공정위가 보급하는 기술자료 요구서로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수급사업자 비율은 22.2%로 1년 전(18.5%)보다 증가했다.
원사업자가 법정 지급기일(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한 비율은 95.5%로 집계됐다.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한 비율은 77.3%로 1년 전(86.4%)보다 줄었고, 현금성(현금·어음대체결제수단) 결제 비율 또한 89.1%로 1년 전(92.3%)보다 하락했다.
공정위는 “현금 지급비율이 낮아진 건 원가율 상승 등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현금지급 여건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대금지급 법정기일 준수비율이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지연이자 등의 지급비율이 개선된 점은 악화한 상황 속에서도 법 준수를 위한 노력이 지속된 결과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한편, 수급사업자의 63%는 하도급 거래 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원사업자와의 하도급 거래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4.6%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