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후보로 출마한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왼쪽부터)와 친중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 소속 허우유이, 중도 성향 민중당 소속 커원저가 지난해 12월 30일 TV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향후 4년간 대만을 이끌 차기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대선)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오는 13일 펼쳐질 대만 총통 선거에서 촉각을 다툴 3명의 후보를 소개했다.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친중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에 오차 범위 내에서 간발의 차이로 앞선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최근 대만여론재단(TPOF)의 여론조사에서 38%의 지지율로 허우 후보를 1% 차로 앞서는 등 현재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누가 웃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로 64세인 라이칭더 후보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스스로를 “대만 독립을 위한 실질적인 일꾼”이라고 묘사할 만큼 반중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선 그에 대한 비난이 선거 당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왕짜이시 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은 지난 23일 이 매체가 개최한 연례 포럼에서 라이칭더 후보를 향해 ‘급진적인 대만 독립 분자’라고 비난한 뒤 “만약 그가 집권한다면 양안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이칭더 후보는 대만에서 국립 타이완 대학, 성공 대학 의학 박사에 이어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보건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그는 모친의 반대에도 정계에 입문하기를 희망했고 1998년 입법위원 선거 당선을 계기로 2010년 타이난 시장, 2017년 행정원장, 2020년엔 부총통에 올랐다.
라이칭더 후보는 지난해 8월 미국 블룸버그에 이번 대선 유세에 대해서 “대만과 중국이 친구가 되길 바란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우리는 적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도 “중국이 대만처럼 민주주의와 자유를 즐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같은 달 13일 라이 부총통이 뉴욕에 도착한 직후 성명을 내고 “라이칭더는 대만 분리 독립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말썽꾼”라며 “미국은 분리주의 세력의 활동을 묵인하고 지원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올해로 66세인 허우유이 후보는 라이칭더 후보와는 달리 대표적 친중 인사다. 허우유이 국민당 총통 후보는 지난 4일 대만 중국시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양안의 우호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저에게 투표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허우휴이 후보는 양안 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방법에 대해 양안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면서 모두가 서로 친구를 잘 사귀고 평화롭게 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안 대중의 복지를 최대 목표로 삼아 서로 중국과 대만을 미워하지 말자면서 “탕산(중국)을 넘어오면 대만”이라면서 “모두가 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과거 경찰청장을 임했던 허우유이 후보는 지난 2004년 당시 민진당 총통 후보였던 천수이볜에 대한 암살시도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한 핵심 수사관이기도 했다. 이후 허우유이 후보는 2010년 정계에 눈을 돌렸다. 이후 2018년에는 대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인 신베이의 시장에 당선,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끝으로 대만 대선에서 제3 후보인 커원저 민중당 후보는 현실에 불만을 품은 2030 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어 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7일 “대만 정치가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친중 제1 야당 국민당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일부 유권자가 힘의 균형을 유지할 제3당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에서 정치인이 된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여론 조사에선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에 뒤지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확실한 선두주자로 각광 받고 있다.
HKFP는 커원저가 60대에도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가볍고 유머러스한 어투로 낮은 임금, 높은 집세와 씨름하는 대만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표하고 있다고 짚었다. HKFP는 “갈수록 공격적인 중국과의 충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그러한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두고 여론이 갈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