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7시께 경기도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 도착한 출근자들 모습. 구인난이라는 향간의 이야기에 맞지 않게 일용직 일자리도 경쟁이 심하다. 이날 출근을 확정받기 전에 20여곳에 지원했으나 모두 지원 마감이고 단 한 곳에서만 출근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건비 부담에 직원을 내보내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한 단면으로 보인다. 이민경 기자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카페 아르바이트, 편의점 아르바이트 모두 신규는 안 뽑고, 또 알게 모르게 ‘외모 컷’도 있는 것 같아요. 대학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돈은 없고, 알바 뽑는 곳이 없어요. 쿠팡 일용직은 아무것도 안 보고 뽑으니까, 그냥 하루 몸만 고생하면 되니까 지원했어요.”(04년생 A씨)
“가족 경제가 어렵다. 남편 혼자 버는 걸로는 생활이 안 된다. 아들도 이번에 군대를 갔다. 이전에도 간간이 경기도 용인, 인천에 있는 쿠팡에 나와서 일했다. 일용직 나오는 사람들이 다 하루하루가 급해서 나오는 거 아니겠나.”(77년생 주부 B씨)
지난 7일 경기도의 한 쿠팡센터에 주간조(08시~18시) 단기직(일용직)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30명 가량 되었다. 중년 여성의 비중이 높았고, 98년생, 99년생, 00년생, 04년생 등 20대 초반 청년도 많이 모였다.
최근 알바몬, 알바천국 등 구인구직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면 일반 카페, 베이커리 등의 아르바이트 구인 정보는 씨가 말랐다.
쿠팡 등 물류창고 단기직만 가득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일은 고되지만 근무 다음날 일급을 계좌에 입금해주는 장점에 ‘급전’이 필요한 이들은 쿠팡, 컬리 등 물류창고 일용직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다.
통상 9만원에서 11만원인 일당이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지원했기에 취소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주 금요일인 6일 저녁부터, 7일 주간, 오후, 파트타임, 8일 주간, 파트타임 등 시간대로 인천, 경기권의 쿠팡 및 컬리 센터에 애플리케이션과 휴대폰 문자로 총 20곳에 지원했지만 ‘근무 확정’ 문자가 돌아온 곳은 딱 한 곳 뿐이었다. 취소자가 나타날 경우 추가 합격을 주겠다는 문자는 여럿 받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향간의 ‘일할 사람이 없다’는 구인난 푸념은 현실과 달랐다.
일견 모순되는 이 같은 현상은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재료값 인상에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줄이고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직원 없이 홀로 일하는 ‘나홀로’ 사장님의 수는 1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는 지난해 8월 기준 672만명인데, 그 중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437만명이었다. 나홀로 사장님의 수가 전년 대비 3만4000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2008년 455만명을 기록한 이후로 숫자가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다시 급등했다.
당연히 종업원 수는 감소했다. 통계청의 ‘2022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 사업체 종사자(종업원) 수는 전년 대비 6만여명 감소한 71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나홀로 사장이 3만명 증가할 때, 종업원 수는 6만명 감소했으므로, 쉽게 이해하면 소상공업체 한 곳이 기존에 고용하던 종업원 2명을 내보냈다고 보면 된다. 부족한 노동력은 키오스크와 서빙로봇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서울에서 30인석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아르바이트생에게)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점심, 저녁 나눠서 피크타임 2시간씩만 일할 사람을 여러명 구하느라 인력난을 겪었던 것”이라며 “사람도 안 구해지고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서 테이블오더를 도입했고, 아예 직원 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재료 준비 등은 제가 혼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