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이온탄생 비밀 풀었다”…‘구조적 암흑 상태’ 최초 규명

다이브로모프로판 분자에 대한 메가전자볼트 초고속 전자 회절 실험 구성도.[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 이효철 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기체 상태의 이온이 탄생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이온이 구조적 암흑 상태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계들을 거쳐 생성물을 형성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실생활에서 우주까지 이온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의 리튬이온배터리부터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흡수되어 에너지를 내는 것,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에너지 등이 모두 이온 활동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이온의 구조 및 형태 변화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 피코초(1조 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수 옹스트롬(1억 분의 1㎝) 수준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이온의 시간과 공간에 따른 변화를 실험으로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선행 연구에서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과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 그리고 화학 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의 분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한 바 있다. 당시 연구는 X선을 이용해 진행됐지만, 이온의 동역학 관측을 위해서는 더 높은 민감도를 가진 실험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더 빠르고 작은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메가전자볼트 초고속전자회절(MeV-UED)’ 장비를 활용했다. 여기에 특정 이온을 실험에서 관측할 정도로 대량 생성하기 위해 ‘공명 증강 다광자 이온화 기법’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중성 상태의 분자와는 다른 이온의 독특한 거동도 포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1,3-다이브로모프로판(DBP, C3H6Br2)에서 유래한 양이온의 생성 및 구조변화 과정을 관찰했는데, 양이온이 생성된 후 아무런 구조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구조적 암흑 상태(dark states)’에 머무르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구조적 암흑 상태는 약 3.6피코초 동안 지속됐다. 약 15피코초 후 DBP 양이온은 느슨하게 결합된 브롬(Br) 원자를 포함한 중간체로 변환됐다가, 77피코초 후 브롬 원자가 떨어져 나가며 최종적으로 브로모늄 이온((C3H7Br)+)을 형성했다.

이효철 IBS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장.[IBS 제공]

허준 초빙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분자 이온의 구조적 동역학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최초의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며 “기체 이온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 만큼 화학 반응 메커니즘, 물질의 특성 변화 및 우주 화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효철 단장은 “이번 연구는 흔하지만 밝혀지지 않았던 이온의 감춰진 비밀을 한 꺼풀 벗겨낸 것”이라며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그리고 과학자들이 풀어내야 할 물질세계의 경이로운 비밀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 1월 11일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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