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파키스탄 대법원이 지난해 이미 사망한 군부 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1947∼2023) 전 대통령에 대해 그의 집권기에 내려진 계엄령과 관련해 사형선고를 확정했다.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매체 지오TV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특별법원이 2019년 12월 무샤라프에게 내린 사형선고 판결을 유지했다. 당시 특별법원은 무샤라프가 2007년 11월 발령한 계엄령은 ‘대역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형을 선고했다.
계엄령은 무샤라프가 2007년 10월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된 후 정국 혼란과 시위가 지속되자 발령됐다. 무샤라프는 판결 이후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고법은 2020년 1월 특별법원 판결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무샤라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파키스탄 변호사 협회와 원로 변호사들이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번에 열린 재판에서 고법 판결은 후속 절차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면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무샤라프가 법에 따른 처벌을 피해 자칭 망명생활을 해온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지난해 2월 지병으로 사망한 지 약 1년 만에 나왔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무샤라프는 2008년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뒤 자신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 같은 해 8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파키스탄에서 군부 독재자가 비록 사후지만 사형선고를 확정받은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열린 대법원 재판에서는 무샤라프가 1999년 10월 무혈 쿠데타로 나와즈 샤리프 당시 총리를 내쫓은 뒤 내린 계엄령을 승인해준 판사 등 관련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법원은 이번 재판에서 1999년 쿠데타 직후 발령된 계엄령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파키스탄에서는 1947년 건국 이후 육군참모총장이던 무샤라프의 집권까지 최소한 4차례 군부가 권력을 잡았다.
군부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집권하는 기간에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