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나는 솔로’ 18기도 16기 못지 않다. 또 다른 측면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16기가 ‘빌런특집’이라면 18기는 ‘초스피드 압축본’이다. 16부작 드라마를 1시간반짜리로 요약해놓은 유튜브 또는 1.5배속이나 2.0배속으로 보는 것 같다.
하이브 리얼리티의 시대에는 막장이 하나의 흐름이 될 수 있다. 16기를 접하고 나니, 18기의 일부 출연자가 거침 없이 초스피드를 타는 모습은 별로 어색하지 않다. 과거 같으면 악마의 편집이 될 만한 것도 극사실의 시대에는 솔직함이 미덕으로 치부되면서 자극과 재미로 받아들여진다.
‘연프’(연애 예능 프로그램)는 ‘나는 솔로’16기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뒷담화에 고소 일보 직전까지 가는 막장적 캐릭터와 그 상황에 대한 윤리적이고 가치적인 판단, 도덕적인 잣대가 화제성과 바이럴에 묻혀버린다. 이제 앞치마를 묶어주는 등 설렘 과정은 없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솔로지옥’ 시즌3의 관희는 ‘간보기’를 자주 해 과거 같으면 자칫 비호감 빌런 캐릭터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파민을 책임지는 포지션이다. 착하고 매너 좋고 노잼인 남자는 아예 분량이 나오지 않아, 끝날 때가 다 되고서야 “이런 남자도 있었지”라고 말할 정도다.
‘연프’ 출연자들은 어느 정도는 ‘관종’ 기질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솔로’ 16기는 ‘관종 of 관종’이다. 이들의 모습을 눈으로 경험한 시청자들의 수용 양태 또한 변할 수 밖에 없다. 도파민을 분출시켜주는 출연자가 관건이 된다. 16기의 영숙과 상철은 그런 환경의 첨단을 걸었다.
‘나는 솔로’ 18기에서는 두 명의 남자가 도파민을 책임진다. 한 명은 귓속말 데이트를 하라고 하니 드러누워 얼굴을 밀착하고, 또 다른 여성과는 기저귀도 사야한다며 생활비 토론까지 벌였다. 또 한 명은 나는 솔로 하우스에서 1일을 하자고 한다.
전자는 ‘선수’, 아니 영수이고 후자는 광수다. 영수는 밀착을 위해 귓속말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준 미션을 120% 활용, 해변 바닥에 누워 초밀착 상태로 대화를 이어갔다. 패널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놀랐다. 정숙에게 적극 스킨십 하던 영수는 인터뷰를 통해 “감정이 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해봐야 압니까?) 영수는 의자왕이 될만큼 후덕하게 잘 생긴 이미지와 달리 거침없이 스킨십을 시도한다.
광수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던 영자에게 “우리 그냥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잖아”라고 말했다. 이건 작당모의다. 룰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또 잠든 영자에게 다가가 “이대로 영자 들어서 여자 숙소에 내려주고 싶다”고 했다.
역시 너무 빨리 하면 체하기 마련이다. 감정이 너무 앞서나갔다. 밤하늘이 지자 영자의 마음도 식어버렸다. 영자는 “어떻게 내일 광수를 보지. 약간 무서운데”라고 말했다.
영수에게는 조언할 방법이 없다. 반면, 광수는 작전실패 조짐이 보인다. 여성이 받아준다고 한꺼번에 진도를 다 뽑겠다는 건 무리다. 그럴수록 제어기를 작동시켜야 한다.
오히려 “여기서 우리끼리 사귀자”는 느낌보다는, 두 사람간의 만남의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코 가벼운 만남이 아니라는, 만남의 소중함과 진정성을 어필해야 할 시점에 KTX를 타고 종착역까지 빨리 가겠다는 조급함이 오히려 여성을 불안하게 했다.
어쨌든, 영수와 광수, 꿀벌 같은 이 두 남자의 맹활약(?)으로 도파빈은 분출됐다. 다음 회 예고편 티저는 이들의 국면 전환을 미끼로 삼았다. 다음 주에는 또 얼마만큼 도파민을 뽑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