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되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개시한다. 태영건설은 앞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를 막지 못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개시되는데, 개시 조건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이날 자정까지 투표를 진행한 뒤 12일 오전에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채권단과 자구안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투입,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일부(890억원)를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을 거론했다.
결국 태영그룹이 논란이 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잔액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했고, 계열사 자금조달 등 추가 자구안도 발표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오너가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 및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 자구안에 포함했다.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워크아웃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채권단 주도로 태영건설의 사업·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채권단은 최대 4개월간 채권 행사를 유예하고, 이 기간 회계법인을 선정해 자산부채 실사를 진행한다. 태영건설은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비용절감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은 자금 지원과 채권 재조정 등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4월 11일 2차 협의회에서 채권단 결의로 이를 확정한다. 추가적인 실사가 필요하면 1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기업개선계획을 확정하기 전까지의 인건비, 공사비 등 기업 운영자금은 태영건설이 확보해야 한다.
실사 중 숨겨져 있던 채무가 발견될 수도 있다는 점도 변수다. 결국 실사 과정 중 태영그룹이 자금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채무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워크아웃은 종료되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 행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협력사, 수분양자 등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 60곳에 대해서도 사업성을 판단해 처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미착공 상태로 토지 매입비만 빌린 브리지론 단계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부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