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트럼프 후보사퇴에 판세 출렁…헤일리, 뉴햄프셔서 이변 만들까

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에서 열린 캠페인 현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노골적인 반(反)트럼프 노선을 보여온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전격 사퇴하면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이변을 연출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첫번째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개최되는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지지표를 흡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사퇴로 뉴햄프셔의 경선 판세는 출렁이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의 여론조사 종합 분석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1.5%, 헤일리 전 대사는 30.5%,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11.5%,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6.8% 등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헤일리 전 대사와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지지율을 합치면 42%로 트럼프 전 대통령(41.5%)보다 많게 된다.

다만 크리스티 전 주지사와 달리 헤일리 전 대사는 선거운동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않아,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지지표 중 일부는 헤일리 전 대사로 가지 않고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런 이유로 헤일리 전 대사를 비판해왔고, 그는 전날 저녁 사퇴하면서 지지 후보를 밝히지도 않았다. CNN 방송과 뉴햄프셔대학이 지난 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크리스티 전 주지사 지지자 가운데 65%만 헤일리 전 대사를 두번째 선택으로 꼽았다.

에머슨 칼리지가 지난 8~10일 조사해 이날 공개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는 크리스티 전 주지사(12%)의 지지자 중 52%가 두번째 선택으로 헤일리 전 대사를 꼽았다.

한편 미 언론들은 헤일리 전 대사가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지지표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경우, 상승세가 더 탄력을 받으면서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크리스티의 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면서도 “헤일리는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급상승세에 있는 후보의 지지율이 경선 직전에 계속 오른 역사적인 선례도 많다”고 밝혔다.

다만 디샌티스 주지사나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의 사퇴 가능성도 변수다. 두 후보 모두 사퇴 의사를 시사한 적은 없으나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경우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때 트럼프 대항마로 불렸지만,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세로 고전하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경우 아이오와에서 선전하지 못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만약 디샌티스 주지사가 사퇴한다면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햄프셔주 지지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수 매체인 내셔널리뷰의 리치 로리 편집장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디샌티스가 아이오와에서 헤일리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더라도 트럼프에는 크게 밀린다면 그것은 사실상 (선거운동의) 종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53.8%), 헤일리 전 대사(18.3%)에 이어 17.4%(더힐 여론조사 종합분석)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인 우위 상황은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6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헤일리 전 대사보다 5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뉴햄프셔주 이후 헤일리 전 대사의 승부처로 거론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판세도 여의치 않다. 만약 헤일리 전 대사가 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그녀의 선거 운동 동력도 크게 약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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