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낙(왼쪽) 영국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과 영국이 12일(현지시간)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위협해온 친이란 예멘반군 후티의 근거지에 폭격을 가했다.
이는 후티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작년말부터 홍해에서 벌여온 상선 공격에 대해 미국과 영국이 직접 보복을 가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서방국가와 주변국까지 본격 개입하는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후티의 홍해 위협에 대한 직접 대응으로 이날 폭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의 이날 폭격이 캐나다, 호주, 바레인, 네덜란드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복수의 미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과 영국이 사용하는 장소 10여곳에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와 전투기, 선박, 잠수함 등을 동원해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후티의 물자지원 중심지, 방공 시스템, 무기 저장소 등이 표적이라고 관료들은 말했다.
후티도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수도 사나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 대한 피격 사실을 인정했다.
후티의 관리인 압둘 카데르 알모르타다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예멘을 상대로 한 미국·시오니스트(이스라엘)·영국의 공격이 수도 사나, 호데이다주, 사다, 다마르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군이 그간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을 타격한 적은 있었지만 예멘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맞서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해 11월 19일 이후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27차례 위협·공격했다. 주요 교역로인 홍해가 불안해지자 많은 화물선이 아프리카 남부로 우회하며 전 세계적으로 물류 부담이 커졌다.
미국은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해 대응에 나서며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후티에 경고해왔다.
미국 국방부는 예멘 내 시설에 대한 타격 계획을 수립해 이를 전날 의회에 보고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후티는 폭격 계획이 알려지자 강행하면 홍해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폭격이 이뤄진 뒤 후티 측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이 군사작전을 확대한다면 역내 미국과 영국의 기지를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과 이른바 ‘저항의 축’에 속한다.
대표적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이날 미군의 직접 타격은 확전 우려를 크게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 내 저항을 주도하는 이란이 이번 공격을 계기로 보복을 명분 삼아 서방에 군사 대응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이란은 미국과 영국의 예멘 공습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란은 전날 주요 원유 수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해 미국과의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뿐만 아니라 최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도 교전 수위를 높이며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란의 개입 수준이 중동 위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