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대형마트보다 좋은데요?”
지난 11일 찾은 서울 관악구 GS25 신림 난우점.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에 들어선 편의점이다. GS25 신림 난우점의 면적은 264㎡(80평)에 달한다. 고객 전용 주차장(52.8㎡·16평)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지난 2022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원래 대형 슈퍼가 있던 자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형마트 같은 판매대가 펼쳐졌다. 초특가 할인, 즉석식품, 신선식품 판매대도 눈을 사로잡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주류 특화 판매대에는 600종이 넘는 상품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겸 식당도 있다. 7개 테이블로 총 28명이 식사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던 김모(48·자영업) 씨는 “차를 끌고 고객을 만나기 위해 자주 온다”며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고, 짧은 회의를 하기에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공룡들이 덩치를 더 키우고 있다. 광활한 면적에 품목까지 보면 대형마트가 아쉽지 않을 정도다. 카페, 식당, 은행 등 종합생활플랫폼의 역할도 확장 중이다.
12일 본지가 지난 3년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본부 정보공개서를 분석한 결과 GS25·CU·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기준 GS25 편의점 점포 하나당 평균 면적은 63.5㎡(19.2평)로, 2020년 55.1㎡(16.7평)보다 커졌다. CU는 61.2㎡(18.5평)에서 63.7㎡(19.3평), 세븐일레븐은 52.6㎡(15.9평)에서 54㎡(16.4평)로 면적이 늘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45) 씨는 “편의점이 은행, 식당, 택배까지 다양한 기능을 맡으면서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 생기는 매장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을 벗어나면 편의점의 대형화 추세는 더 두드러진다. 3사 모두 서울 편의점의 평균 면적은 50~60㎡이지만, 서울 외 지역의 평균 면적은 80~90㎡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의 CU학익동아풍림점 면적은 363㎡(110평)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편의 시설 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편의점의 플랫폼 기능이 더 강화된다”며 “지방의 평당 임대료가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요인도 있다”고 했다.
편의점 대형화는 편의점에 카페를 접목하면서 시작됐다. 2014년 세븐일레븐이 개장한 첫 카페형 편의점 ‘KT강남점’이 시초다. 문을 열 당시 일반 편의점보다 2배 넓은 규모에 화장실까지 갖춰 화제가 됐다. 이후 1· 2층을 쓰는 편의점도 등장했다.
코로나19는 편의점들의 ‘덩치 키우기’를 가속했다. 저출산 영향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복합프린터기가 설치된 인쇄소 역할을 하는가 하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되기도 한다. 금 투자가 늘면서 금 자판기도 도입했다. 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솜사탕 제조기도 만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마트, 노브랜드 등 대형 유통사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소비자 요구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면적을 넓히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의 대형화 추세 속에서 창업비용은 늘고 있다. 서울시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시에 등록된 가맹사업거래 정보를 활용·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편의점 평균 창업비용은 약 7600만원으로 2018년(6900만원)보다 약 10% 증가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