ㅏ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 발표에서 봉준호 감독,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최덕문 등 대중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대중문화예술계가 고(故) 이선균 사건과 관련해 “2개월여 동안 가해진 인격 살인”이라며 조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아울러 수사 당국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인권 보호를 한층 강화한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 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 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가 실시간으로 외부 노출된 것을 두고 경찰 수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 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 책임자가 아닌 수사 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 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세 차례에 걸친 소환 절차가 모두 공개 출석으로 이뤄진 점에 대해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온 11월 24일 KBS 단독 보도와 관련해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회의는 “수사 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며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만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또 언론계에 대해서도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느냐”며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향후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향후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단체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연대회의 내에서 구체화 방법과 향후 활동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연대회의는 이선균 사건의 실체 파악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영화·문화계 종사자 단체 29곳이 참여했다.
이번 성명서는 연대회의와 함께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 명이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
이날 성명서는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이선균과 호흡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이 차례로 읽었다.
앞서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가 지난달 27일 성북구 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평소 마약 수사 과정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선균이 사망한 이후 일각에선 경찰의 수사 행태와 선정적인 언론 보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