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증거인데…‘이재명 피습 구멍난 셔츠’ 폐기 직전 발견, 재판 출석 “당분간 어려워”

이재명 대표가 피습 당시 입었던 와이셔츠 옷깃에 흉기가 관통한 흔적. [부산경찰청]

[헤럴드경제=장연주·나은정 기자] 경찰이 피의자 김모(67) 씨가 찌른 흉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치명상을 입을 뻔한 정황을 보여준 피 묻은 와이셔츠를 의료용 쓰레기봉투에서 발견한 것으로 12일 드러났다. 자칫 이 대표 피습 관련 가짜 뉴스 등을 잠재운 결정적인 증거가 폐기될 뻔했던 셈이다. 또 이 대표의 배임·뇌물 등 사건 재판부는 이 대표측이 당분간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 대표 출석 없이 유동규 씨 등 증인 신문 절차를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쓰레기봉투서 발견된 이재명 대표 ‘피습셔츠’

부산경찰청은 이 대표 피습 사건 수사 초기 이 대표 피습 당시 동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분석했으나 김씨 흉기가 어떻게 이 대표에게 피해를 줬는지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가 입었던 옷 등을 찾아 나선 경찰은 이 대표가 응급 처치를 받은 부산대병원에 문의했지만, 피습 후 긴박한 상황에서 누구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이 대표 와이셔츠가 병원에서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수사 개시 며칠 만에 가까스로 폐기 직전 의료용 쓰레기봉투 더미 안에서 발견했다.

하지만 의료용 쓰레기는 감염 등의 우려로 함부로 가져가면 안 돼 병원 측은 난색을 보였다.

결국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진복 등을 입고서야 와이셔츠를 수거할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이 와이셔츠는 의료용 쓰레기 수거 차량에 실려 폐기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피 묻은 와이셔츠에는 피습 당시 아찔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김씨가 찌른 흉기 끝이 와이셔츠 옷깃에 길이 1.5㎝, 내부 옷감에 길이 1.2㎝ 구멍을 내고 관통한 뒤 이 대표 목에 길이 1.4㎝, 깊이 2㎝ 자상을 내고 내경정맥 9㎜가 손상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10일 수사 결과 발표 때 이 사실을 공개하며 김씨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이 아닌 목을 그대로 찔렀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 측 “재판 출석, 당분간 어렵다”
흉기 피습으로 치료를 받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가운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흉기 피습 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최근 퇴원한 이 대표 측은 건강상 이유로 당분간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법정에서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등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재판 일정을 논의했다. 이 대표 공판은 당초 이달 9일로 잡혀있었지만 지난달 초 핵심 증인인 유동규 씨의 교통사고와 이달 초 이 대표의 피습 등을 이유로 한 달 가까이 재판이 미뤄졌다.

이 대표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간접적으로만 들었지만 (이 대표가) 당분간 출석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 본인은) '빨리 당무에 복귀하고 재판도 차질 없이 하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의료진 소견과 퇴원 모습을 보니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퇴원 모습을 보니 말하는 것조차도 상당히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대표 출석 없이 유씨 등 증인 신문 절차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형사 재판은 피고인이 출석해야 진행된다. 하지만 피고인이 불출석할 경우 해당 공판기일은 연기하더라도 법정에서 증인 신문은 할 수 있다. 이후 피고인이 출석하면 증인신문조서를 증거조사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오는 23, 26, 30일 세차례에 걸쳐 유씨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유씨는 출석이 가능하다고 재판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당분간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이날 밝힌 만큼, 같은 법원에서 진행 중인 나머지 2개 재판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애초 '백현동 의혹·고(故) 김문기 허위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오는 19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22일로 기일이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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