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실적·도매물가에 혼조…나스닥 0.02%↑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뉴욕증시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혼조세를 보였다. 도매물가가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낮췄지만, 전문가들은 다음주 나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12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8.04포인트(0.31%) 하락한 3만7592.98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59포인트(0.08%) 오른 4783.8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57포인트(0.02%) 상승한 1만4972.7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주말부터 다음 주 월요일(마틴 루서 킹의 날)까지 이어질 긴 연휴를 앞두고 기업들의 실적과 도매물가 지표를 주시했다. 오는 15일은 마틴 루서 킹의 날로 금융시장이 모두 휴장한다. JP모건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4분기 기업들의 어닝시즌이 본격 시작됐다.

개장 전 발표된 기업들의 실적에 주가도 명암이 갈렸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과 영업수익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0.7%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해외 시장 사업 조정 등의 여파로 손실이 크게 확대됐으나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은 예상치를 웃돌면서 주가는 1%가량 올랐다. 회사는 전체 직원의 10%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조정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영업수익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1% 이상 떨어졌다. 웰스파고는 순이익과 영업수익이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대출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렸다는 소식에 주가는 3% 이상 떨어졌다.

델타 항공은 예상치를 웃돈 순이익과 매출에도 올해 이익 가이던스를 낮췄다는 소식에 주가는 9%가량 하락했다. 델타의 이익 가이던스 하향에 항공주들이 동반 하락했다.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의 주가가 각각 9%, 10% 이상 떨어졌고, 제트블루와 알래스카 항공의 주가도 각각 5%, 4% 이상 밀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달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동결하면서 추가적인 긴축정책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연합]

이날 발표된 도매 물가는 하락세를 보여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 미국의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1% 상승을 밑도는 것으로 도매 물가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도매물가가 지속해서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에 전가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을 시사한다. 이번 지표는 전날 발표된 12월 CPI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인 이후 나왔다.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커지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10bp가량 하락한 4.16%에서 거래됐다. 10년물 금리는 2bp가량 밀린 3.94%를 나타냈다.

S&P500지수 내 임의소비재, 헬스, 금융 관련주가 하락하고, 에너지, 부동산, 통신, 유틸리티, 기술 관련주는 올랐다. 테슬라 주가는 중국에서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하한다는 소식에 3% 이상 하락했다. 블랙록은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 등에 0.8% 올랐다. 유나이티드 헬스의 주가는 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에 3% 이상 떨어졌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다음 주에 나올 연준 당국자들의 발언에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이번 실적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BMO캐피털의 전략가들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물가 지표로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다가오는 연준 연설에서 반발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관리하는 연준의 일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은 시장이 3월 인하를 압박하며 상당 부분 연준의 발언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즈호 증권의 스티븐 리치우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적 시즌이 시작됐으나 이번 실적은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실망스러운 분기가 될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한 작년의 성장세와 기업들의 가격결정력은 탄탄한 수익 증가를 가져왔으나, 소수의 종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식에서 인건비 등으로 비용이 상승하면서 마진 압박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4분기 실적보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9.5%를 기록했다.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은 74.2%, 0.50%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은 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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