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대구경북취재본부장 / 헤럴드경제] |
겨울 쌀쌀한 동장군으로 전국이 꽁꽁 얼어 있지만 최근들어 대구경북지역 곳곳에서 '익명의 기부 천사'가 잇따라 나타나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경북 영주에서 익명의 노부부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1000만원을 기탁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께 영주시 가흥2동 행정복지센터에 8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노부부가 방문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들 노부부는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봉투에 준비해온 5만원권 1000만 원을 내놓았다.
노부부가 기탁한 1000만 원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노령수당과 자식들이 준 용돈을 오랜기간 조금씩 모은 시간의 흔적을 엿볼수 있었다.
익명의 노부부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동안 받은 노령연금을 모았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금을 전하게 됐다"고 밝힌뒤 홀연히 자리를 떴다.
앞서 지난 3일에는 경주시 건천읍 행정복지센터에도 한 기부자가 나타나 손편지와 현금 36만3000원이 담긴 투명 비닐백을 놓고 사라졌다.
이 기부자는 '당신의 마음을 모두 채울순 없지만 행복 하나는 채우겠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손 편지에는 "2023년 시작해 아이들과 돼지 배 채우기를 했다. 우리도 힘들지만 서로 나누고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에 소소하게 전해 본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와함께 "지난 한 해 동안 아이들과 함께 모았다"며 "모든 분이 건강하고 행복과 사랑이 늘 곁에 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또 "몸이 편칠 못해 기대 금액은 못 채웠지만 건천 (주민)분들이,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도와줬기에 애들도 나도 무탈하게 잘 지내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9일 대구 동구 신천3동행정복지센터에도 지난 8년간 이어져오던 '키다리아저씨'가 보낸 10㎏들이 쌀 100포가 올해도 배송돼 왔다.
키다리아저씨는 소설속의 키다리 아저씨처럼 드러내지 않고 오랜기간 후원한 것처럼, 올해도 벌써 9년째 본인을 드러내지 않고 매년 백미 100포를 익명으로 기부해오고 있다.
이 선행은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기부자에 대해 알려진 건 50대 초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라는 점과 매년 같은 마트에서 최상품 쌀을 고른 뒤 직접 결제해 배송한다는 게 전부다.
구매금액당 0.1%가 적립되는 포인트도 이 남성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거절했다. 지난해 '8번째입니다.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라고 쓰인 쪽지 한 장과 279만원이라는 결제금액 등이 인쇄된 영수증을 남겼는데 영수증 하단의 결제정보는 잘려나가 있었다.
이 같이 자신을 밝히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전하는 따뜻한 마음이 추운 겨울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삭막해진 요즘 세상을 지탱하는 따뜻한 등불이 돼 주고 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이 같은 선한 나눔이 물결처럼 잔잔하게 퍼져나가 따뜻한 온기를 곳곳에 전해주기를 바란다. 얼굴없는 기부 천사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