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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수사·기소 권한의 범위를 놓고 검찰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립 3주년을 앞두고 검찰과 다시한번 정면 충돌했다. 양측은 “공수처는 수사를 대하는 자세를 대수술해야 한다”(검찰), “경찰과 공수처는 다르다. 사건 이송에 사전논의도 없었던 검찰에 유감을 표한다”(공수처)며 서로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은 지난 12일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을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에 돌려보냈고, 공수처는 이송된 사건의 접수자체를 거부한 바 있다.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을 검찰이 기소·불기소 판단하지 않은 채 수사가 부족하다며 이송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15일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본질은 법령미비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라면 자신이 수사한 사건이 재판이나 불기소처분 등으로 완전히 끝날 때까지 ‘내 사건’이라는 책임감·사명감·투지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에 보냈으니 알아서 하라는 부끄러운 주장을 거리낌없이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고소사건을 수사히는 일선의 경찰관들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공판검사에게 적극 협력한다. 그건 검사냐 경찰이냐의 문제도 아니고, 근거법령이 있냐 없냐의 문제도 아니다”면서 “공수처는 수사를 대하는 기본자세부터 대수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간 서울중앙지검과 공수처는 각각 두차례식 언론공지를 띄우며 적극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반박한 바 있다.
공수처는 “검찰이 사건 이송의 근거로 밝힌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검찰과 사법경찰관과의 관계 및 업무처리에 관한 것으로, 영장청구권을 가진 검사가 수사를 맡는 공수처와의 관계 및 업무처리에는 적용할 수 없다. 공수처 검사는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라 검사로서의 법적 지위가 확립돼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사전협의 없이 사건을 ‘반송’한 데 대해 불쾌감도 드러냈다.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고 판단해 접수거부를 결정한 것”이라며 “어떠한 사전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를 한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보강수사를 두고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이지만, 이면에는 공수처에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서 공수처의 위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고위직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자체장, 일부 사정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등은 공수처가 수사는 할 수 있지만 기소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번 사건도 피의자가 감사원의 3급 공무원이어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다.
현행 공수처법은 보완수사에 대한 규정이 없다. 공수처법 26조는 ‘공수처 검사는 공소권이 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하고, 검사는 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이견을 조율할 방법이 공백인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이송시 공수처에 사전협의를 구했다면 보다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접수거부’로 맞선 공수처도 난타전에 불을 붙인 건 마찬가지다. 모든 사건에 대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추는 것은 공수처 규모확대부터 선행돼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