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암표와의 전쟁’… 국내외 사례 비교하니

가수 임영웅[물고기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임영웅·아이유·장범준 등 인기 아티스트들이 ‘암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때 암표는 공연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최근엔 암표상이 조직화되면서 티켓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등 공연 업계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일부 아티스트들은 암표 때문에 아예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암표상에게 징역형을 부과하기도 한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암표 조직은 통상 윗선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티켓을 구입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직접 이를 판매하게 하거나 아이디를 옮겨주는 등의 수법을 활용해 돈을 번다. 이렇게 모은 티켓 가격은 장당 20만원~15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다만 이렇게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팔아도 통상의 처벌 수위는 벌금 20만원이 고작이다.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는 ‘암행어사’,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대처에 나섰지만, 암표 매매를 밝혀내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불법 거래를 모두 근절하는 것 역시 제도적 한계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가수 장범준 측은 소극장 공연의 암표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연을 추첨제로 바꿨지만, 추첨 티켓 마저도 50만원을 추가해 60만원에 판매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등 암표 폐해를 막지는 못했다.

가수 장범준이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글 [유튜브 갈무리]

해외 역시 한국과 유사한 ‘암표 몸살’을 앓고 있다. 다른 점은 처벌이 한국에 비해 강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블랙핑크가 지난 3월 대만에서 콘서트를 할 당시 암표 가격은 정가의 45배가량이나 치솟았다. 그러자 대만은 실제 판매와 관계 없이 최대 5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즉시 통과시켰다. 브라질은 암표를 거래할 경우 최대 4년의 징역형 및 티켓 가격의 10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티켓 재판매 ‘자격’을 판매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 뉴욕주는 ‘문화예술법’ 등으로 티켓 재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연극, 뮤지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관련된 티켓을 재판매하려면 자격을 발급 받고 2만5000달러 이상의 예치금이 있는 사람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일본은 ‘티켓 부정전매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온라인 등에서 정가 이상으로 티켓을 반복판매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호주 역시 법에서 정한 일정 기준보다 초과한 웃돈을 붙여 티켓을 재판매하면 약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국은 경범죄로 암표상을 처벌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암표를 막기 위한 법안이 총 7개 발의되었으나 표류 중이다. 다만 새롭게 도입된 법안들 역시 암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ㅣ 미비하고, 구체적인 처벌 방안도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여기에다 온라인 암표 거래 규제와 관련한 행안위 토론도 한 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씩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20만원 이하 벌금 등 처벌보단 다른 법률을 통해 엄격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행정안전소위는 정부와 전문위원 모두 ‘온라인상 암표 매매가 ‘경범이라기엔 중한 범죄’라는 의견을 낸 바 있어, 추후 개정안 심사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