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에 따르면 미국 테크 업계에는 새해 벽두부터 감원 한파가 몰아닥쳤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지난주 각각 수백 명을 해고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디스코드와 모바일게임 포켓몬고 개발사 유니티소프트웨어도 각각 17%와 25%를 감원했다. 온라인 언어학습업체 듀오링고의 경우 계약직 사원을 약 10% 줄였다.
테크 분야 해고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주도 안 돼 5500명 이상이 직장을 떠났다.
지난해 총 해고 규모는 26만2682명으로, 재작년 16만4969명에서 대폭 늘어났다.
기술 분야 직업 정보 제공업체 다이스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테크 업계 종사자의 60%가 올해 직장을 떠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전년의 52%보다 증가한 수치다.
테크 분야의 구조조정 물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과잉 채용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레이오프 사이트를 개설한 로저 리는 “많은 테크 회사가 여전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때 과도한 채용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돼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자 테크 기업들은 인력 채용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코로나 관련 제한 조치들이 잇달아 풀리고 거시경제는 불확실성에 놓이게 되면서 정보기술(IT) 분야는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 이후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해고 사태의 이면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요인은 인공지능(AI)이다. 구글과 듀오링고는 일자리를 AI로 대체했음을 시사했고 지난해 교육기업 체그와 IBM, 드롭박스도 정리해고 이유로 AI의 등장을 거론했다. 구글과 아마존의 일자리 축소는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뒤 몇 달 만에 나와 관심을 끌었다.
AI가 앞으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지구상 수억 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3월 생성형 AI 도입으로 일자리 약 3억개가 사라질 수 있고 특히 사무직 근로자가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해고가 잇따르자 미 노동계와 정치인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노조 파룰 카울 위원장은 성명에서 “(정리해고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이라면서 “기업의 탐욕”이라고 비난했다.
미 민주당 이매뉴얼 클리버와 바바라 리 의원이 이끄는 20여명의 흑인 의원 연합은 지난달 말 기술 분야의 대량 해고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와 여성에게 미치는 불균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서한을 노동장관에게 보냈다.
해고된 IT 인재의 약 60%는 비(非) 테크 업계 기업들에 의해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CNBC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