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문자 메시지 때문에 여러번 짜증이 솟구치는 경험을 했다. 그는 8일 국회의원 신년인사가 담긴 문자를, 그로부터 이틀 뒤에는 ‘거짓 부고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연이은 스팸 문자에 개인 정보가 어디까지 노출된 것인지 걱정이 됐다고 했다. A씨는 “그런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 휴대전화 번호를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건지, 또 내 번호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 길이 없어 찝찝하고 기분 나쁘다”며 “문자를 받자마자 수신 차단해버렸다”고 했다.
최근 A씨와 같이 ‘문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카드결제, 부고 안내문자 등 각종 ‘스미싱(문자 메시지로 악성코드를 유포해 개인 금융정보를 해킹하는 사기 유형)’ 뿐 아니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3개여월 앞두고 선거 출마 예정자의 홍보용 문자 메시지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는 스미싱이 늘고 있다.
15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1월 0건이던 지인 사칭 스미싱은 3월 957건, 6월 6589건, 9월 3080건, 12월 1만4253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이나 택배 등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4·10 총선 관련 문자까지 겹치면서 시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게 됐다. 지역구가 아닌 타지역의 후보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는 사례도 나와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이런 류의 문자들은 스팸 차단시 이용하는 차단 문구로도 걸러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달 건강검진 결과 안내 스미싱에 속을 뻔 했다는 이모(45) 씨는 지난주 한 국회의원 예비후보로부터 신년 문자를 받았다. 이씨는 “나랑 관계없는 지역구에서 오는 이상한 문자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며 “20년 넘게 쓴 번호인데 바꿔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씨는 자신이 수신 차단한 번호만 70개 이상이라며 불평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문자 메시지는 공직선거법상 허용된 선거운동 방법이다. 하지만 문자 발송 시스템을 활용한 대량 문자 발송 횟수만 8회로 제한을 두고 있고,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당사자가 수신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상 아무리 문자를 많이 보낸다 하더라도 처벌은 어렵다.
전화번호 등 정보 수집과 관련해서도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인정보의 수집 방법과 절차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위원회가) 이를 규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 역시 시민의 불편에 공감하면서도 처벌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당사자 동의 없이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름이나 개인정보 등을 정확하게 특정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건 잘못된 행위”라면서도 “선거 홍보 문자는 일련의 숫자를 무작위로 입력해 보내는 경우가 많아 꼭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이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구 변호사는 “보상금을 걸어서 내부고발이나 공익제보를 유도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안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