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프랑스의 유력 신문이 배우 고(故) 이선균이 숨진 사건을 보도하면서 공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를 조명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14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그가 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점,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경찰 조사 때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점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리베라시옹은 그가 사망하기 직전 경찰 조사가 19시간 동안 진행된 점도 기사에 실었다.또 그의 죽음 이후 한국 영화계가 경찰과 언론의 압박을 규탄하고 있다는 점도 보도했다.
이어 “그의 죽음을 계기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의 이름으로 예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며 “이 죽음은 많은 이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적었다.
리베라시옹은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K팝 스타 문빈과 가수 해수, 2020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보다 11년 앞선 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언급했다.그러면서 “이런 축적은 한국 사회와 유명인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앙투안 코폴라 성균관대 교수는 리베라시옹에서 “프랑스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공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학설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리베라시옹은 이런 코폴라 교수의 설명으로 비춰볼 때 마약 복용 혐의와 유흥주점 출입으로 조사받은 이선균이 겪은 불명예가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리베라시옹은 이선균을 비롯해 많은 영화인의 경력이 도덕성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고도 말했다.
리베라시옹은 대표적인 예로 배우 김민희를 들었다. 김민희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이 터지면서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봤고 그 이후로는 홍 감독 영화에서만 연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