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산액이 1년 전에 비해 60%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가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끄는 가운데, 차세대 산업인 이차전지 부문의 성장세가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코스피 시장만 떼서 봤을 때는 올해 영업이익이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낙관론 전망도 나온다. 다만, 작년 4분기 주요 대형주가 보인 ‘어닝쇼크’ 탓에 연초부터 실적 전망치에 대한 하향 조정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영업익 증가 1·2위 三電·SK하이닉스…“반도체가 증익 주도”=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제시한 상장사 297곳(코스피 219곳, 코스닥 78곳)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합산치는 245조6424억원으로 전년(154조7178억원) 대비 58.77%나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별로 봤을 때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증가액이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다.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작년 6조5400억원에서 올해 35조93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증가율로는 무려 435.31%(28조4693억원)에 이른다.
두 번째는 SK하이닉스다. 작년 8조3504억원 적자에서 8조8222억원 흑자로 전환하며 1년 새 영업이익이 17조1726억원이나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요 이차전지주(株)의 영업이익 성장세도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161.0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88.13%), LG화학(68.78%), SK이노베이션(53.19%), 삼성SDI(27.28%), 포스코홀딩스(14.71%) 등의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가에선 코스피 시장만을 봤을 때 영업이익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 종목들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작년보다 48% 늘어난 259조원”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기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는 1년 전보다 51% 늘어난 264조원으로 사상 최대”라고 말했다.
▶작년 4Q ‘어닝 쇼크’로 올해 영업익 전망치 하향 가능성=낙관론에도 연초 코스피 대형 종목을 중심으로 실적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시총 상위 20개 종목 중 최근 한 달 사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종목을 14개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추정치가 상향되거나 유지된 곳은 삼성전자(0.0%), SK하이닉스(4.2%), 삼성바이오로직스(0.4%), 네이버(0.6%), 카카오(1.9%), 삼성물산(0.7%) 등 6곳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컨센서스 대비 -25.2%), LG전자(-51.1%), LG에너지솔루션(-42.5%) 등 주요 대형주의 작년 4분기 ‘어닝 쇼크’로 인해 상장사 전반에 대한 영업이익 전망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증권가에서 나온다.
일각에선 4분기 ‘어닝 쇼크’는 매년 반복되는 사안인 만큼, 작년 4분기의 경우 2022년에 비해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아졌다는 부분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익 추정 하향이 오히려 실적 성장률이 높은 업종의 강세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반도체, IT 하드웨어, 조선, 화학, 바이오 섹터 등에 주목해야 하며, 배당 기준일 변경으로 올해 1분기가 매수 시점이 된 고배당주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연초와 비교했을 때 연말에 내놓는 연간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의 우상향 곡선은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의 주요 관건은 지난해 주가 상승 동력이던 기준금리 인하와 기업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