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불황에도 K-아트는 ‘유망’…갤러리가 사업 키우는 이유

지난해 3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60억원에 낙찰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 [크리스티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난해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 낙찰 금액은 전년보다 반토막 났다. 작품은 두 점에 하나 꼴로 팔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근 3년새 국내 화랑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가 몰리는 성수·한남에 신규 화랑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팀을 꾸려 운영하던 글로벌 유명 화랑들이 주도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16일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공동 제작해 발간한 보고서 ‘코리아 아트마켓 2023’에 따르면, 국내 아트페어 시장은 미술시장 침체가 시작된 2010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시장 성장세는 주춤해졌지만 유명 글로벌 화랑들의 진출이 본격화하며 플레이어들은 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젊은 컬렉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음악, 영화에 이어 K-아트가 해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스며들고 있는 점도 주효하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공동 제작해 발간한 보고서 ‘코리아 아트마켓 2023’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제공]

보고서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 경기 침체 영향이 미술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미술시장에 대한 MZ세대 소비자들의 관심은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20~40대가 결제한 금액은 삼성카드 기준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조소현 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정보팀장은 “젊은 세대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 증가는 미술시장 하락을 방어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이들은 지속적인 컬렉터 확대를 위한 기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 열린 VIP 프리뷰 모습. [연합]

최근 3년간 국내 화랑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작품 판매의 절반(45.5%) 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화랑이다. 2020년 503개로 집계된 화랑의 수는 2022년 831개로 65.2% 급증했다. 2019년 49개였던 아트페어는 팬데믹 영향으로 2020년 35개로 줄었지만, 2022년에는 71개까지 증가했다.

조 팀장은 “지역 화랑 분포가 높아졌다”며 “신규 화랑이 전통적인 화랑 밀집 지역인 서울 종로·삼청·청담을 벗어나 성수·한남 등 새로운 지역에 분포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과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현저하게 줄어든 출품작 수 감소와 저조한 낙찰률로 체면치레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총 낙찰금액은 약 6000만달러(약 7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8%나 줄었다. 낙찰률 역시 52%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작품 낙찰률이 66%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지금은 그보다 더 저조한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수 년 사이 외국 화랑들은 서울 지점을 개설하며 한국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처음 프리즈 서울이 키아프와 공동 개최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한국 미술과 글로벌 미술시장을 직접 연결하는 사업의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호림아트센터 1층에 문 연 화이트큐브 서울 [화이트큐브 제공]

지난해 9월 영국계 화랑인 화이트큐브는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아시아 두 번째 갤러리를 열었다. 같은 달 일본의 대표 갤러리인 화이트스톤은 서울 후암동에 7번째 아시아 지점을 열었다. 이 시기에 독일계 화랑인 타데우스 로팍은 서울 한남동에 있는 전시장 건물에 한 층을 추가로 확보해 전시장을 2개로 늘렸다. 프랑스계 화랑인 페로탕은 글로벌 화랑 최초로 서울 삼청동에 정식 갤러리를 연데 이어, 2022년 8월 서울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 2호점을 냈다.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한국 미술은 국제아트페어와 예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확실히 화제가 될 정도로 확대됐다”며 “‘K’자를 가진 한국 문화가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대의 한복판에 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경매 시장의 경매가 상위 작가 5인은 이우환, 김환기, 유영국, 박서보, 이배로 나타났다. 이우환의 작품은 1978년작 100호 ‘선으로부터’가 지난해 5월 17일 크리스티 뉴욕에서 약 150만달러(약 20억원)에 낙찰되는 등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서울옥션에서 판매된 1990년작 300호 ‘바람과 함께’ 낙찰가는 21억원에 달했다.

해외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국내 미술품은 60억원(3월 크리스티 뉴욕)에 팔린 조선백자 달항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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