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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감사원 간부 뇌물사건 보강수사를 두고 ‘강대강’으로 대치했던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류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 기관의 수장들은 더이상 대치를 지속하기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찾는 모양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이원석 검찰총장은 공수처와의 갈등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 상황봐서 얘기를 잘해보자”는 취지로 검찰 간부들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2일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을 보강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에 돌려보냈고, 공수처는 이송된 사건의 접수자체를 거부했다. 이어 양측은 이례적으로 하루에만 두 차례씩 언론 공지를 띄우며 서로의 의견을 정면 반박하는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전날 퇴임을 앞둔 소회를 밝힌 김진욱 공수처장은 “어떤 기관이 새로 생겼을 때 법으로 ‘협력하라’고 규정돼 있지 않는 한 임의적·자발적으로 (타 기관과) 협력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며 “공수처법 원안에는 (다른 수사기관 등과)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그 조항이 없어진 게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또 “입법적으로, 아니면 다른 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학계에서는 지적한다”고도 했다. 최근 검찰과 빚은 ‘사건 이송’ 갈등이 아쉽다는 취지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치열하게 양측을 반박한 실무진들과 달리, 양 수장의 반응은 서로에 대해 절제된 선을 지키고 있어 향후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일은 한달 이상 걸리겠지만 새 공수처장이 취임하면 이번 사안 또는 유사한 사태에 대해 보다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현재 양측의 ‘반송’과 ‘접수거부’로 표류하고 있는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은 공수처가 접수자체를 하지 않은 만큼 결국 검찰 측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해석이다. 형사사건의 신속 처리라는 이념이 퇴색하면 비판 여론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조만간 검찰 측이 수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입법적 미비가 있으면 자기 기관에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법령을 손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양측 모두 감정이 격해진 측면이 있는 만큼 서로 양해를 구하거나 기관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공수처법은 보완수사에 대한 규정이 없다. 공수처법 26조는 ‘공수처 검사는 공소권이 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하고, 검사는 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이견을 조율할 방법이 공백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