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도 영양제도 무슨 소용” 진짜 몸 아낀다면 ‘여기’부터 돈 써야

[방재시험연구원 실험 영상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다이어트, 헬스, 건강기능식품? 몸 생각하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바로 안전.”

안전 불감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화재 사고. 과학기술 발달로 요즘은 원단부터 가구, 벽지 등까지 난연 소재가 널리 쓰이고 있다. 물론, 가격은 더 고가다. 그래도 화재 예방 효과는 분명하다. 그런데, 우린 과연 얼마나 이에 투자하고 있을까.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실제 최근 방 안 전기장판에서 불이 났다. 하지만 난연 매트리스 때문에 불이 번지지 않아 피해를 막았다. A씨는 “실제 화재를 겪어보니 난연 소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며 “다시 같은 제품을 구매해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기적의 탈출’로 불린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의 항공기 화재 사고에서도 탑승자 전원이 무사 탈출하는 데엔 난연 소재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웃집 화재에서부터 항공기 화재까지, 난연 소재의 안전 효과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겨울철 아파트 화재가 빈번해지면서 난연 소재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최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군포시 아파트 화재 당시 현장 모습. [연합]

소방청 국가 화재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아파트 화재 건수는 2993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명 피해도 405명에 이르렀다.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한국은 아파트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절반 이상(51.9%)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스프링클러 시스템 등이 구비된 신축이 아닌 구축 아파트는 특히 화재에 취약하다. 최근 화재 사고에서도 계단을 통해 유독가스 등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돼 큰 피해를 줬다.

화재를 예방하는 여러 수칙이 있지만, 첫 단추는 난연 제품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 김형두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아파트는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건물보다 화재 위험성이 높고 집합 구조로 확산 염려와 함께 대피 안정성이 취약한 편이다”며 “평소 집 안에서 화재가 날 수 있는 공간에 소화기를 두거나, 난연 성능이 있는 제품 등을 사용해 불의 확산을 늦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정에서 화재가 날 경우 불이 확산되는 데엔 매트리스가 큰 요인이 된다. 침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수 분 내에 실내 전체가 폭발적인 화염으로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이 발생한다.

[방재시험연구원 실험 영상 캡쳐]

실제 난연 소재 매트리스가 화재 확산을 차단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이 매트리스 화재 실험을 한 결과에 따르면, 시몬스 침대 난연 매트리스, 일반 라텍스 매트리스, 일반 스프링 매트리스, 일반 메모리폼 매트리스 등 4개를 대상으로 불을 붙였고, 1분여 뒤 난연 매트리스만 불길이 사그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매트리스는 본격적으로 불이 커졌다.

4분이 지나면, 라텍스·스프링 매트리스는 큰 화염과 함께 불이 확산, 강제로 진화해야 했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도 7분께 불이 퍼져 강제로 불을 꺼야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영상은 조회 수가 2500만뷰를 돌파할 만큼 파장이 컸다.

난연 매트리스 [시몬스 침제공]

이 같은 중요성을 감안, 최근엔 시몬스가 난연 매트리스 제조공법 특허를 공개하기도 했다. 시몬스는 2018년부터 시몬스 침대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을 난연 상품으로 생산 중이다. 시몬스 측은 “난연 매트리스가 널리 보급된다면 사용 고객은 물론, 아파트가 밀집한 국내에서 이웃과 소방관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허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가와 기업 차원은 물론 평상시 나와 내 가족, 이웃을 위해 생활 속 주변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며 화재 예방에 대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경기 남양주 시 아파트 화재 현장 모습. [연합]

한편,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무조건 대피하는 건 오히려 위험하다는 게 소방청의 조언이다. 실제 화재 통계 연감에 따르면, 2019~2021년 공동주택 화재 인명 피해 중 ‘대피 중’에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이 39.1%로 가장 많았다.

소방당국은 집이나 인근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해 화염이나 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올 경우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최대한 낮춰 지상층이나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고 지상층이나 옥상이 가까운 경우에 해당한다.

밖으로 대피하기 어려울 땐 집 안에 대피 가능한 공간으로 이동, 문을 닫고 젖은 수건이나 테이프 등으로 현관문 틈을 막은 후 대기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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