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오너 3·4세 경영자들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저마다 ‘탈탄소’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들은 다보스포럼 현장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신재생에너지와 공급망 문제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활발한 비즈니스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17일(이하 현지시간) 다보스포럼 ‘세계 최초의 탈화석 연료 선박’ 세션에 참석해 한화의 해양 탈탄소 비전을 밝혔다. 지난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탈탄소 솔루션 영역을 태양광, 수소, 풍력 등에서 해양으로 확장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해양 탈탄소 솔루션으로 100% 친환경 연료만 사용하고 전기 추진도 가능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을 제시했다. 해양 운송은 글로벌 무역의 90%를 담당하는 데다 각종 에너지원을 운송하는 주요 수단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를 차지하고 있어 탈탄소 실현의 핵심 부문으로 손꼽힌다.
한화는 100% 암모니아만으로 가동하는 가스터빈과 수소연료전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장착해 무탄소 전동화를 실현하는 동시에 수소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를 선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암모니아 크래커도 탑재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의 실증 계획도 소개했다. 한화는 직접 제조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의 안정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증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수요를 견인할 예정이다.
현대가 3세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공급 및 운송 산업 협의체’와 ‘에너지 산업 협의체’에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A.P. 몰러 머스크, PSA 인터내셔널, 볼보, DHL 등 20여 개 글로벌기업 CEO들로 구성된 공급 및 운송 산업 협의체에서 탈탄소 촉진 및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쉘, 토탈에너지스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참석한 에너지 산업 협의체에서는 탈탄소를 위한 상호협력 방안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된 온실가스 감축안의 실질적인 이행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 부회장은 특히,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의 로버트 머스크 우글라 의장, 미국의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의 CEO 알렉스 카프 등과 만나 협력 관계를 공고히 다졌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은 17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하는 글로벌 기업인과의 대화 세션에 참석해 공급망 문제 해결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효성이 생산하는 탄소섬유를 예로 들며 “공급망 문제는 전 세계 지정학적 상황과 맞물려 연초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재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는 기업으로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해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또, 다양한 글로벌 기업 CEO들과 양자 미팅들을 가지며 효성그룹을 알림과 동시에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등 비즈니스 협력도 이어갔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역시 쉘, 셰브론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바이오연료,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허 사장은 에너지 관련 국제 정세와 에너지 전환 대응 등에 관심을 갖고 글로벌 기업들의 탈탄소 동향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