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유 ‘위기대응법’ 9년만 발동…허리띠 졸라매 ‘최악 실적’ 극복 나섰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삼성 깃발. [뉴시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 최악 수준의 연간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부문 임원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연봉 동결에 뜻을 모았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2015년 경영위기 등 위기의 순간마다 비용절감 조치를 단행하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정신을 재무장하는 삼성 특유의 성장방식이 다시 발동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임원 대우 축소, 출장비 절감 등 비상경영 수준이 강화되는 가운데, 임원 연봉 동결 의지가 전사 차원으로 확대될 지도 주목된다.

지난 17일 경계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장 및 사업부장들은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올해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DS부문은 반도체 시장 한파로 지난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업황 반등이 예상되지만, 경영진과 임원들은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해 긴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봉 동결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은 연간 약 14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창사 이래 최대 적자 위기다. ‘실적 효자’ 역할을 하던 반도체 부문이 휘청이며 전체 연간 영업이익도 6조5400억원(잠정)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임원 연봉 동결은 삼성 특유의 ‘정신 재무장’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위기 속 미래 생존에 대한 성장방식으로 삼성은 비용절감 및 비상경영 방식을 채택해왔다. 앞서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듬해인 2009년과 실적 악화를 겪었던 2015년에는 임직원 모두 임금을 동결했다.

삼성전자 DS부문 한 임원은 “연봉 동결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이며 위기극복을 위한 긴장감 유지에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십시일반으로 고통을 분담해 올 한해 반드시 흑자전환과 장기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모습. [헤럴드DB]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승진한 부사장에게 지급하는 차량을 대형 세단 ‘제네시스 G90’에서 준대형 세단 ‘G80’으로 급을 낮췄다. 또한 ‘퇴직자의 꽃’으로 불리는 상근 고문 대상자도 축소하고, 사장급에서 퇴임한 상근 고문직 50~60명 대다수를 비상근으로 전환시켰다. 상근 고문과 달리 비상근 고문은 차량·비서·사무실이 지원되지 않는다.

이번 DS부문 임원연봉 동결을 시작으로 전체 임직원들의 ‘정신 재무장’ 바람이 번질지 주목된다. 올해 반도체 부문은 반등이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경제 불황이 계속되며 가전, 스마트폰 등 세트 수요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에서는 애플에, 반도체 매출에서는 인텔에 1위를 내주며 2위로 밀려났다. 26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어 그룹 안팎에 긴장감도 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DS부문의 4분기 예상 적자 규모는 약 1~2조원이다. 앞서 ▷1분기 4조5800억원 적자 ▷2분기 4조3600억원 적자 ▷3분기 3조7500억원 적자와 비교하면 개선된 수치다. 가전·스마트폰 등을 맡고 있는 DX부문의 사업부별 예상 영업이익은 ▷MX(스마트폰)사업부 약 2조2000억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및 생활가전사업부 약 4000억원 ▷디스플레이(SDC) 약 2조원 등이다.

다만, 올해 반도체 시장은 반등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해 예상 연간 영업이익은 약 10~12조원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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