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 투자 건수·집행 금액 [더브이씨 홈페이지 캡처] |
지난해 스타트업 혹한기를 겪으며 카카오의 벤처투자 건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역시 투자 건수를 4분의 1까지 축소했다. 스타트업업계는 올해에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부 테크기업에 자금이 쏠릴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19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는 지난해 12건을 투자해 투자건수가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집행금액은 약 134억원으로, 2015년(132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2022년 42건·451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에 불과했다.
네이버 D2SF 역시 지난해 투자를 크게 줄였다. 투자건수가 지난해 6건(16억원)에 그쳤다. 2022년과 비교하면 투자건수는 4분의 1 수준, 투자액수는 6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의 자회사로 극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가 발굴한 기업에 후속 투자하거나 M&A하기도 했다. 다만, 카카오벤처스는 FI(재무적투자자)로서 카카오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한다. 네이버 D2SF는 사내VC로 피투자기업은 네이버와의 시너지를 창출하거나 이후 M&A되기도 했다.
고금리에 스타트업 혹한기가 찾아오면서 카카오와 네이버 역시 투자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벤처투자 금액은 7조6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감소했다.
올해는 해빙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테크기업에 대한 자금 쏠림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혹한기인 지난해에도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시리즈B 투자에서 기업가치 79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는 시리즈A 당시 기업가치(3500억원)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카카오벤처스와 네이버는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카카오벤처스는 의료 AI기업 루닛을 포함해 10년간 AI 투자에 집중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3월 취임 예정인 김기준 대표는 사내에서 선행기술(딥테크) 투자를 이끌어왔고, 리벨리온 투자를 주도했다.
네이버는 AI B2B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국내에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공급하는 비즈니스온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최수연 대표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Saas 시장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인수 검토가 B2B 사업 공략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해당 통계와 실제 투자 간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항상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