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 홍이삭, 소수빈이 있어 행복했다[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18일 막을 내린 JTBC ‘싱어게인3′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최종 우승자 홍이삭은 ‘너목보2′ ‘슈퍼밴드’에서 매력이 발견된 가수지만 이번 ‘싱어게인3′에서는 솔로로 계속 나와 온전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는 노래 자체가 ‘앰비언트 사운드’(ambient sound)라고 할 정도로 공간감 넘치고 파워풀하며, 우렁찼다. 탁월한 노래 실력 뿐만 아니라 외모와 노래 공히 따뜻하고 훈훈하다.

최종곡 미션에서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선곡한 홍이삭은 처음에는 안정된 듯하다 후반 고음 부분에서 노래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음이탈이 나는 실수를 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래를 힘들게 부르면 듣는 사람도 힘들어진다. 임재범 심사위원의 첫번째 말이 “지금 많이 힘들죠?”였다. 그러면서 “우리도 수없이 그런 경험을 했다”는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1라운드 ‘숲’부터 시작해 ‘옛 친구에게’ 등 지금까지 보여준 가창력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 심사위원 투표에서는 1위를 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시청자 투표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더구나 지금은 팬덤의 시대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홍이삭에게는 무엇보다 10년간 묵묵히 걸어오면서, 그 어려운 음악을 하고 있는 자세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람의 노래’안에 있었다.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그 해답이 무엇인지는 찾아봐야겠지만, 자신의 아픔과 실패를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믿고’ 가야겠다는 다짐이다.

“내가 두려워했던 유통기한은 큰 의미가 아닐 수 있다. 음악은 저에게 황량했다. 그런 나의 음악세상에 꽃과 나무들이 피어서, 나에게도 숲이 있구나. 그 숲에서 잘 지낼 수 있구나 라는 걸 잘 보여준 ‘싱어게인’이었다고 생각한다.”

홍이삭은 진정성도 있고, 외로운 아티스트라는 스토리텔링도 훌륭했다. 그 친구를 보면 내 마음도 훈훈해진다. 마지막 곡 실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우승의 자격은 충분히 있다.

사실 나의 최애는 준우승한 49호 가수 소수빈이다. 소수빈은 기타를 들고 나오면 일단 끝이다. 마지막 미션에서 부른 박성신의 ‘한번만 더’가 이렇게 좋은 노래였나 싶었다.

소수빈은 단순한 ‘고막남친’이 아니다. 미성인 목소리만으로도 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데, 거기에 R&B·포크 감성을 베이스로 해 발라드, 팝, 재즈, 라틴음악 등 다채로운 장르까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북미와 중남미에 가서 음악 해도 통할 것 같다. 홍이삭과의 매치에서 디어, 재현의 ‘Try Again’을 부를 때도 “참 잘했어요”를 받았다.

다시 말하면 소수빈의 강점은 좋은데, 그 좋은 점이 미세하게 나눠져 하나하나가 듣는 사람에게 다 전달된다는 점이다. 좋은 게 하나로 오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로 계속 온다. 그러니 듣는 사람이 행복해하다가 행복에 겨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마지막 곡에서는 소수빈이 이례적으로 표정무기까지 썼다.

소수빈은 싱어송라이터로서 발표한 곡들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참가를 통해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알려졌지만, ‘싱어게인3′로 보다 익숙해진 가수가 됐다. 재야에서 쌓여진 내공이 엄청난 힘이 돼있었다.

심사위원인 이해리가 괜히 부드러운 ‘모달’ 감촉이라고 한 게 아니다. 미성으로 꽤 깊이있는 감성을 끌어올린다. 그런 목소리로 편안하고 감미롭지만, 느끼하지 않게 다가온다. 그래서 남녀가 고루 좋아하는 듯하다.

심사위원들은 소수빈이 노래를 부르고나면 평가라기 보다 감정고백을 하고 있었다. 행복도 과하게 주면 감당이 안되는 모양이다. 소수빈의 노래가 나가자, 특히 여성 심사위원들은 괴로워하는(?) 느낌이 역력했다.

소수빈이 ‘한번만 더’를 감미롭게 부르자 행복해하는 김이나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준다. 소수빈과는 ‘을의 연애’를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밖에도 청아하면서 허스키한 이젤, ‘신께서 해솔에게만 솔(소울)을 줬다’는 임재범의 삼행시를 선물받은 캠핑장 가수 신해솔, 절절한 ‘한’을 풀어내며 매번 심금을 울린 신촌블루스 강성희, 어쿠스틱하며 맑으면서 처연하기도 한 원석 리진도 ‘싱어게인3′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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