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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출산 당일 퇴원시켜 살해한 아빠와 엄마, 외할머니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19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친부 A 씨에게 징역 6년을, 60대 외조모 B 씨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40대 친모 C 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C 씨는 건강상 이유로 법정 구속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2015년 3월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남자아이를 출산 당일 퇴원시킨 뒤 집으로 데려가 하루 동안 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아이는 이튿날 숨졌고, 이들은 시신을 인근 야산에 매장해 유기했다.

C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며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A 씨 등은 검사받지 않고 임신 34주 차 때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의사는 출산 직후 다른 병원의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했으나, A 씨는 아기를 B 씨에게 인계했고, B 씨는 집중치료가 필요한 아기를 집 안방 침대 위에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피고인들은 낙태 수술을 받았으나 제왕절개가 이뤄진 것으로, 출산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기를 돌보려고 하던 중 아기가 자연사한 것이라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지급한 병원비와 수술 이후 정황을 보면 그같은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기가 병원의 조치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이 예상됨에도 적절한 보호 조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 사망하게 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생명을 경시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다만 "장애아에 대한 양육 부담이 가족에게 주어진 우리 사회의 가혹한 현실에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경우 그 부담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이 사건은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부담으로 개인에 불과한 피고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측면이 있다. 피고인들 역시 혈족을 살해한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C 씨는 선고 이후 B 씨와 부둥켜안고 "억울하다"며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