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채권단 500개라더니…워크아웃 동의율 96% 어떻게 나왔나[머니뭐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채권단 96.1%의 동의를 얻어 공식 개시된 가운데 1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에 견인지역이라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태영건설이 ‘96.1%’의 찬성률로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압도적 찬성률이 나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태영건설의 채권단은 500개가 훌쩍 넘지만, 그중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의결권은 3%도 채 되지 않았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워크아웃을 개시한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를 위해 실사 법인 선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선정된 실사 법인이 태영건설 실사를 마치고 나면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고, 오는 4월 제2차 채권단협의회에서 해당 계획 실행 여부를 결의하게 된다.

태영건설은 앞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파산 위기를 맞았다가 채권단의 결의로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됐다. 지난 11일 자정까지 제1차 채권자협의회 안건에 대한 결의서를 접수한 결과, 산업은행은 동의율 96.1%로 워크아웃을 개시할 것을 결의했다.

SBS 지분, 그리고 지주사인 티와이 홀딩스의 지분 매각까지 불사하겠다는 태영 측의 추가 자구안이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업계는 사실상 태영측의 채권단 명단이 매우 이례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 의결권 현황표[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산업은행 제공]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 의결권 현황표’에 따르면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의 제1 채권자는 25.7%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HUG다. 그 다음 많은 의결권을 가진 주체는 23.46%를 보유한 건설공제조합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3.24%, 산업은행은 2.65%를 보유해 비중이 확 줄었다. 그외 500개가 넘는 채권자의 의결권은 0~1%밖에 되지 않는다.

HUG가 가장 높은 의결권을 보유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감독규정이 작용했다. 기촉법 감독규정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금융채권자간의 보증이 중복되는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손실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보증 금융기관에 의결권을 부여한다. 결국 채권을 금융사가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은 최종 보증기관이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HUG는 태영건설 사업장 14곳에 분양보증을 서고 있다. 만약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 HUG는 분양계약자들이 기존에 낸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환급할 의무를 질 수 있다. 태영 측이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때, “공적 자금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태영건설을 구제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된 배경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수백개의 채권단이 존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출자한 공공기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태영건설은 HUG·건설공제조합·HF·산은의 의결권 합이 55%를 넘겨, 실제로는 20%의 찬성률만 확보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추가 건설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태영건설의 경우 금융채권자의 의결권이 크지 않았지만, 다른 건설사는 어떻게 될지 몰라 현업 부서에서는 타격이 없을 수 없다고 보고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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