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인상이 외식비보다 빨랐다…‘펫플레이션’은 진행형 [댕냥이 육아보고서]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마이펫페어를 찾은 반려견이 간식을 먹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기존에 6만원 정도였던 사료 가격이 10만원대로 올라 다른 사료로 바꿨습니다. 얼마 후 바꾼 사료도 다시 주문하려고 보니 만원 넘게 올랐더라고요.” 고양이를 키우는 직장인 한예진(28) 씨는 치솟는 사룟값에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한 씨는 한 달에 한 번 1.8㎏짜리 사료를 1개씩 구매하고 있다. 지난달 5만원대였던 사료는 최 7만원대로 30% 올랐다. 한 씨는 “매번 가격이 올라 주문할 때마다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

‘펫플레이션(펫+인플레이션)’은 진행형이다. 물가 상승이 반려동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문제는 속도다. 반려동물 시장의 물가 상승률은 원재료, 인건비 상승 속도보다 빠르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오름세를 보면 반려동물 관련 지수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6% 상승했지만, 반려동물용품은 8% 올랐다. 두 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특히 지난해 전년 대비 6% 오른 외식비보다 증가폭이 크다. 반려동물 관리비도 전년 대비 4.5%나 올랐다.

[헤럴드경제DB]

▶‘락인 효과’ 노린다…배짱 인상은 계속=펫 시장은 일종의 ‘락인 효과’가 크다. 반려동물에 딱 맞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사료나 서비스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특히 펫푸드는 ‘기호성’이 중요하다. 다른 사료로 바꿨을 때 반려동물이 섭취를 거부하거나 배변활동에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비자에게 물가 상승분보다 높은 가격을 전가하기도 한다. 가격을 올려도 쉽사리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료, 용품, 서비스에 붙는 일종의 ‘펫택스(Pet tax)’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반려동물 전용의 가격을 더 비싸게 책정하는 식이다.

품질을 내세우며 가격을 인상하기도 한다. ‘펫휴머니제이션’이 배경이다. 이는 ‘반려동물(Pet)’과 ‘인간화(Humanization)’의 합성어다. 반려동물을 마치 인간처럼 여기는 현상을 말한다. 펫푸드를 예로 들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양과 냄새, 장식까지 통합하는 것을 이른다. 그만큼 품질을 올렸으니,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제조사의 입장이다.

더현대서울 ‘위펫’ [더현대서울 제공]

▶펫사업 뛰어드는 유통업계…빠른 유행에 부담 ↑=유통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을 신사업 분야로 보고 앞다퉈 뛰어들었다. 백화점과 마트에서도 반려동물 모시기가 한창이다. 롯데는 반려견 동반 고객을 위한 매장부터 공원까지 조성해 모객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경기 의왕 타임빌라스점은 실내 매장에 ‘개모차’ 주차장까지 설치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9월 반려동물 전문 자체 편집숍 ‘위펫’ 1호점을 열었다. 펫 의류와 가방 등 패션 상품부터 수제 간식, 유모차, 가구, 소품 등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갤러리아는 서울 명품관에서 반려동물 전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페스룸(PETHROOM)’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신세계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몰리스’를 통해 반려동물용품 다양화에 나섰다.

온라인에서도 반려동물 고객을 위한 전용 판매처가 늘고 있다. SSG닷컴은 2021년 9월 ‘몰리스 SSG’를 선보였다. 원하는 시간에 받아볼 수 있는 반려동물 필수품을 모은 ‘쓱배송’ 탭, 본제품 구매 전 상품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무료체험단' 탭을 운영 중이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퀼팅 재킷이나 고글 등의 상품이 매출 최상위권에 오르며 사람과 반려동물 인기상품의 경계가 없어졌다.

유행의 주기도 빨라졌다. 관련 용품, 물품 등 교체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장은 “강아지 용품도 사람처럼 유행이 빨라 6개월을 넘지 않는다”며 “대중적으로는 저렴한 용품을 많이 쓰겠지만 오히려 비싼 것을 추구하는 마니아층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려견이 아닌 보여주기식으로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림펫푸드 ‘더리얼(왼쪽)’과 동원F&B ‘뉴트리플랜’ [하림펫푸드·동원F&B 제공]

▶펫푸드 사업으로 수익 다각화=기존 사업의 강점을 살려 새롭게 펫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도 있다. 국내 펫푸드 시장 이야기다. 주로 외국 기업의 사료가 상위권을 차지했던 펫푸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펫푸드 시장은 업체 입장에서 기호성 문제로 판매가 인상이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장을 과점하게 되면 가격 인상은 더 수월해진다.

하림은 2017년 하림펫푸드로 펫푸드 산업에 뛰어들었다. 충남 공주에 약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해피댄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하림펫푸드는 생고기 50%까지 투입할 수 있는 미국 웽거사의 익스트루더와 국내 제과 회사에서 사용하는 오븐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원F&B는 2014년 자체 펫푸드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선보이면서 반려묘용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동원F&B 펫푸드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동원F&B는 올해 반려묘와 반려견용 습식, 건식, 간식 제품 등 펫푸드 전반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국내 펫푸드 브랜드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난해 9월 동원 F&B는 반려묘용 습식캔 제품 가격을 닭가슴살, 연어, 캔 공관 등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평균 10%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기업 위주로만 펫산업이 흘러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대기업이 움직여야 반려동물 시장이 커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대기업 위주로만 시장이 발전하면 중소기업의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들이 빛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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