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라면서” 부부소득 1.3억이면 저리대출 제외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고금리의 장기화와 정부의 정책 대출 종료 등의 여파로 부동산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가 썰렁하기만 하다. 성남시=이상섭 기자

정부가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내놓은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등 저출산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대상을 ‘부부합산 1억3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로 한정하는 등 저출산 정책에도 ‘손톱 및 가시규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주문과 동떨어진 정책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는 아이를 낳은 지 2년 내의 가구는 주택 구입자금을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특례 대출 금리는 1.6~3.3%로 5년간 적용된다. 특례 대출을 받은 뒤 아이를 더 낳았다면 1명당 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하고 특례 금리 적용 기간도 5년 연장된다.

문제는 해당 대출을 받으려면 소득이 ‘부부합산 1억3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여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자산이 소득 4분위 가구 보유액의 평균인 4억6900만원보다 적어야 한다.

일각에선 이 소득 기준이 현실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부분이 결혼 이후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 기준을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신혼부부는 2021년 110만1000쌍에서 지난해 103만2000쌍으로 6만9000쌍(6.3%)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맞벌이 비중은 54.9%에서 57.2%로 2.3%포인트 늘었다.

게다가 통상 소득이 높은 부부일 경우 오히려 자녀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1억3000만원의 기준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소득이 1억원 이상인 경우 자녀가 없는 비율(51.6%)이 유자녀 비율(48.4%)보다 높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서울 3.3㎡당 평균 분양가 3750만원으로 부부합산 소득이 1억3000만원이라도 대출없이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초혼 신혼부부 중에는 대출잔액이 있는 부부 비중이 89.0%에 달한다.

‘저출산 해결책’을 향후 노사정 합의 의제로 추진 중인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와 관련 “앞선 정부의 정책을 보면 부부 연소득을 합산할 시 조건에 부합하기 어렵도록 만들어 혼인신고를 기피하게 만든 사례가 많았다”면서 “저출산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조건 없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저출산정책 관련 실무자들과 만나 정부 저출산 정책에 대한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전문가들도 ‘차원이 다른 대책’이 주문하고 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저출산 상황은 굉장히 시급한 상황”이라며 “현재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격차’인데, 정부가 주택구입자금 지원 정책을 ‘소득기준’으로 구분해서 제공할 경우에 오히려 그 격차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벌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오는 2월 28일 2023년 연간 합계출산율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0.7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오는 2025년 0.65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통계청 전망이다. 실제 지난 1년간 태어난 것으로 등록된 출생아는 집계 이래 최저치인 23만5000여명으로 48개월째 인구 자연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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