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적극 준비’ IRP〈개인형퇴직연금〉 잔고 75조 돌파

지난해 다양한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출시에 연금계좌 공제한도가 늘면서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이 7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증권사 IRP 계좌에만 2조원에 이르는 연말 자금 유입세가 뚜렷했다. IRP는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함께 노후준비 ‘3종 세트’로 꼽히는 금융 상품이다. 업계에선 ‘고수익’을 노리는 적극적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ETF 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로 자금 이동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입자가 직접 굴리는 IRP…75조 돌파=22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IRP 적립금(은행·보험·증권)은 75조618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70조59억원)와 비교해도 5조5000억원 이상 규모가 커졌고, 2022년 4분기(57조6175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8조1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업권별 적립금 잔고를 살펴보면, ▷은행(49조3946억원) ▷증권(22조1888억원) ▷보험(4조352억원) 순으로 컸다. IRP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과 달리 가입자 스스로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다양한 금융상품을 실시간 매매할 수 있는 증권사 IRP로 ‘머니 무브’가 빨라지고 있다. 증권사 IRP 적립금은 작년 3분기에 20조원(20조2208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총 6조2918억원이 늘었다. 2022년 한 해 증권사 IRP 계좌로 유입된 자금은 3조7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작년 4분기에만 2조원(1조9680억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몰렸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실시간 매매할 수 있는 증권사 IRP로 자금 유입세가 빨라진 것이 적립금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IRP는 원리금 보장 상품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원리금 보장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은행과 보험사도 신탁을 활용해 적립금을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시간 매매가 되지 않고 신탁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테크나 은퇴자 모임 커뮤니티에선 ‘은행 IRP 계좌를 증권사로 이전하는 방법’ 등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되살아는 증시…고수익·고위험 투자 수요↑=펀드 등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수익’ 투자를 선호하는 심리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 IRP 계좌에서 원리금 비보장형 투자금은 2022년 말 6조8722억원에서 작년 말 10조원(9조9329억원) 가까이 성장했다.

작년 말 금리 인하 기대감에 국내외 증시가 되살아나면서 IRP 수익률 부진을 털어낸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4분기에만 코스피는 7.7%,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11% 넘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예·적금으로 구성된 원리금이 보장된 상품 수익률을 앞섰다.

작년 4분기 전체 IRP 계좌 수익률 살펴보면,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은 13.39%로 원리금 보장 상품 수익률 3.9%보다 9.49%포인트 가량 높았다.

2022년 4분기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은 -15%까지 떨어지며 곤두박질쳤지만 1년 새 부진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다. 지난 4분기 금융사별 IRP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 상위 10곳 중 7곳도 다양한 ETF 상품 등을 취급하는 증권사였다. 유안타증권(1위·18.26%), 삼성증권(4위·16.64%), KB증권(5위·15.35%)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기채권형부터 파킹형 ETF까지 투자 상품군이 다양해진 점도 증권사 IRP의 인기비결로 꼽힌다. 삼성자산운용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PB 908명 중 524명(58%), 일반 투자자 2933명 중 2272명(77%)이 퇴직연금 안전자산 30%를 ‘ETF’로 투자한다고 응답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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