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성, 고의 인정에도…신림 등산로 강간살인 최윤종 사형 아닌 무기징역

'신림동 등산로 강간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해 8월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최윤종(30)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최 씨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실은 인정했지만 무기징역으로 사회와 영원히 격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가족측은 무기징역 선고에 유감을 표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정진아)는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윤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 씨에 대한 범행 정보를 10년간 정보통신망에 공개된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도 명령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최 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피해자의 유가족과 지인 등 십여 명이 참석했다. 재판 시작과 함께 방청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계속됐다. 최 씨는 재판부가 인정한 범행 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피해자가 금속 너클로 맞은 뒤에도 격렬히 저항하자 목을 감아 질식에 이르게 했다는 부분이었다. 최 씨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을 감아 체중을 실어 누른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또 재판부가 유가족의 심정과 교사인 피해자의 제자들이 얻은 충격에 대해 언급하자 혀를 내둘렀다.

재판부는 최 씨가 사건 당시 살인의 고의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부검 결과, 법의학 자문 등에 의하면 피해자는 목 부위에 강한 외력이 가해진 흔적 외에는 사망에 이를 만한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 피고인은 수사 기관에서 자신이 피해자의 목을 감고 몸으로 누르는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다”고 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틀 후 경부압박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최 씨는 피해자가 저항하자 자신의 옷과 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았을 뿐, 체중을 실어 피해자의 목을 누른 바는 없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최 씨의 범죄가 계획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기절시켜 성폭행 하기로 계획하면서 무기징역, 고의 또는 다수를 살해한 임도빈, 이기영을 검색했다”며 “범행도구 및 범행방법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후 범행대상을 수개월간 물색하다가 피해자를 발견해 사망하게 했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내렸다. 최 씨가 불우한 가정 환경, 우울증과 인격 장애, 사회적응 실패 등이 범행으로 이어졌고 사형 선고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27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실질적 사형 폐지국에서 사형을 사실상 종신형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사형이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으나 현행 법령상 절대적 종신형이 규정돼 있지 않다. 이를 이유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적 공분을 산 중대한 범죄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자는 가석방 여부를 매우 엄격히 심사하고 있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유가족은 무기징역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의 친오빠인 A씨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사형이 안 되고 있어 무기징역이 나온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보고 가해자가 계획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 이 범죄를 보고 또 따라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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