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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월 증시의 방향성이 그해 연간 증시 수익률을 결정짓는다는 미국 증시의 ‘재뉴어리(January·1월) 바로미터’ 이론이 코스피 지수에서도 셋 중 두 번꼴로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월 등락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던 해의 연간 수익률이 16%에 육박했던 데 비해 1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해의 연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첫 달 결과에 따라 한 해 주식 시장의 결과는 완전히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연이어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며 강세를 보이는 것과 비교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 실적 쇼크, 금리 인하 기대 하락 등의 하방 압력의 직격탄을 맞은 코스피 지수의 하락세는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코스피 지수의 반등 여부와 그 시점에 쏠리고 있다.
23일 헤럴드경제가 한국거래소를 통해 최근 30년간(1994~2023년) 매해 1월 코스피 지수 등락률과 연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을 분석했다. 이 결과 1월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을 때 연간 코스피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반대로 1월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을 때 연간 코스피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확률은 66.7%(30개년 중 20개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코스피 지수의 향방에 따른 연간 코스피 수익률 평균치를 상승, 하락으로 나눠 살펴보면 경향성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1월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던 18개년 간 연간 코스피 수익률 평균 등락률은 15.90%였던 반면, 1월 하락 마감했던 12개년 간 연간 수익률 평균치는 -3.62%를 기록하면서다. 사실상 1월 증시 분위기에 따라 한 해 주식 시장의 분위기가 갈릴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찾아볼 수 있는 ‘1월 바로미터’ 이론에 근거한 분석에 따른 결과물이다. 미 증권 전문 분석업체 ‘알마낙’에 따르면 지난 1950년 이후 S&P500 지수가 1월 ‘플러스’를 기록하면 연간 지수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경우는 86%에 이르렀다.
눈여겨볼 점은 미국 대선이 있던 해 적중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1928년 이후 선거가 있던 1월에 S&P500 지수가 오르면 연간 지수가 상승 마감할 확률은 무려 100%였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매해 1월엔 펀드매니저 등 증시 전문 투자자들이 한 해 시장 전망에 초점을 두고 투자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목돈을 넣는 시점”이라며 “연기금 등 큰손 투자자들이 1월부터 연간 시장 전망이 불확실하단 판단하에 투자를 미룰 경우 증시가 약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만큼 1년 중 남은 기간에도 증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전날 종가까지 코스피 지수는 7.19% 하락했다. 지난 2008년 같은 기간 기록한 -15.19%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다른 주요국 증시와 비교했을 때도 코스피 지수의 약세는 눈에 띄는 수준이다. G20 국가 주요 주가 지수 중에선 중국(상하이종합지수, -7.35%)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38,001.81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첫 38,000고지에 올랐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36,546에 장을 마치며 ‘거품(버블) 경기’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코스피 지수의 상황은 더 초라해 보인다.
국내 증권가에선 연초 급락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 시장이 급락으로 인해 2개월 전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갔지만, 전통적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측면에선 여전히 절대적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91배로 직전 주가 저점이던 작년 10~11월 초, 2022년 10월 0.86배와 단순 비교했을 때도 현 수준에서 주가가 5~6%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작년 4분기 ‘실적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허 연구원은 올해 기업 실적 증가율을 전년 대비 15% 대로 보수적으로 가정할 때 올해 코스피 적정 수준 하단은 2370 정도라고 봤다.
연초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해선 보수적 관점을 가지고 리스크 관리에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반등이 가능한 지수대에 진입했다지만, 추세적 반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간의 괴리, 중국 경기 불확실성 지속, 작년 4분기 실적 시즌 불안감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오는 3월부턴 코스피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 추세에 올라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월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양적긴축(QT) 속도 조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2월 중순 이후부터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이 정점을 통과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의 근원물가지수(Core PCE)가 2%대 진입이 가시화하며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날 수 있고, 중국 경기는 3월 양회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이 유입돼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5~6월로 예상되는 미 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이 예정대로 시작되는지, 반도체·2차전지 등 국내 대형주의 실적 반등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지가 숫자로 증명이 돼야 코스피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