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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영업관리직 여성 직원이 전무한 중견기업이 승진심사 때 영업관리직에만 해당되는 성과지표를 승진기준으로 사용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남녀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여성은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이 적용된다면 고용상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지난달 5일 기계 제조·판매업체 사업주 A씨에게 여성 직원 2명을 승진심사에서 차별했다는 이유로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2022년 5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고용과 관련해 성차별을 당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후 두 번째로 나온 시정명령이다.
앞서 첫 번째 시정명령은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한 직원을 승진에서 차별한 한 과학기술서비스업체 사업주에게 내려졌다. A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작년 상반기 과장급 승진심사를 진행했는데, 여성 대상자 2명이 모두 탈락했다. 업체는 남녀에게 동일한 취업규칙과 인사 규정을 적용했지만, 승진심사 기준에 '매출 점유율'과 '채권점유율' 등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직접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영업지원직은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가 없다. 이 회사 국내사업본부 영업관리직은 모두 남성 직원이기 때문이다. 여성 직원은 전부 세무·회계 등을 담당하는 영업지원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승진 조건을 채울 수 있는 여성 직원은 없었다. 이 탓에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 회사 국내사업본부에서 과장급으로 승진한 12명 중 여성은 단 1명도 없었다.
A씨는 여성 대상자 2명이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이유에 대해 "입직 경로의 차이와 업무 확장성의 차이 등으로 고급 관리자로 가는 역량이 부족했다"라고 설명했지만, 중노위는 이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여성 직원과 입사 시기가 비슷한 남성 직원은 모두 승진했을 뿐 아니라, 승진했다고 해서 반드시 고급 관리자 보직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통계적 결과, 승진심사 시 실제 적용된 기준, 승진 이후 역할, 현재 과장급 이상 승진자 업무 등을 모두 고려해 성별에 따른 간접차별로 보고 승진심사를 다시 하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재심 판결을 종결하면 그 결과를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통보한다. 시정명령이 확정될 경우 노동청은 사업주에 시정명령 이행상황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편,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는 '채용조건과 근로조건이 같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성에 비해 현저히 적어 특정 성에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며 그 조건이 정당함을 정명할 수 없는 경우'도 차별로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