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사무라이 증시…34년만 최고치 경신 이유는?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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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일본 증시가 ‘거품 경제’ 붕괴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비상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주주친화정책에 나서고 있는데다 엔저로 인한 기업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면서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22일 3만6546에 마감, 종가 기준 버블 경제기였던 199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들어서 9.2%오르며 주요국 증시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다. 1989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도 목전에 뒀다.

주주친화정책…엔화 약세 기업실적 뒷받침

일본 증시가 비상하는 이유로는 주주친화정책과 환율 영향이 꼽힌다. 이달부터 신(新) NISA(일본 개인저축계좌, Nippon Individual Saving Account)가 시행되면서 연간 비과세 납입 한도가 기존의 2배로 늘었다. NISA가 도입된 후 10년 만에 상품 구조를 단순화하고 절세 혜택을 대폭 늘린 것이다. 소액투자자들에겐 증시 활력 요인이다. SMBC닛코증권은 이에 따라 연간 2조엔(약 18조원)이 일본 증시에 투입될 것이라 전망한다.

기업들의 주가 견인 노력도 뒷받침됐다. 지난해 4월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사 3300곳에 공문을 보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 부양책을 고안해 실행하라고 압박했다. PBR이 1 아래면 현재 주가가 장부상 가치에 미치지 못해 저평가됐단 의미다. 기업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 주주환원 방안, 성장전략 등을 지속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이 최근 상장사 1800곳을 상대로 자체 조사한 결과, 2022년 말 51%에 달했던 PBR 1 미만 기업 비율은 지난해 말 44%로 낮아졌다.

배당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배당수익률은 2.2%로 국내 주식시장(2.0%) 높다. 이는 높은 수익성(ROE)과 주주환원 정책 영향으로 풀이된다.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 이전까지 줄곧 한국 기업들의 ROE가 일본을 웃돌았다”면서 “하지만, 펜데믹 이후 일본 기업 ROE(9.1%)가 더 높다. 배당성향에 있어서도 일본(33.6%)이 한국(23.8%)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금리가 0~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채권 대비 주식시장의 매력도 높다.

엔저에 따른 일본 기업 실적 수출도 개선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2016년부터 단기금리를 동결, 마이너스 금리(-0.1%)를 유지하고 있다. 엔화 약세(1달러=144~145엔대)로 인해 일본 수출업체들이 해외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엔화로 환산할 때 가치가 상승해 일본 수출업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우려도 진정됐다. 지난달 일본 도쿄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월(2.7%)보다 낮으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도 늦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졌다.

반도체주 상승…국내투자자, 일본 증시 보관액 전년比 36.6%↑

최근 일본 증시를 견인한 건 반도체주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TSMC가 지난 18일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19일 미국 반도체주가 급등했고, 일본 증시도 흐름을 이어갔다. 일본 반도체 대장주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반테스트 주가는 전날 1.66%, 3.52% 상승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4월 일본은행(BOJ) 회의를 앞두고 금융정책 정상화 필요성이 부각되면 투자심리 위축으로 단기 되돌림 가능성엔 유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올해 닛케이 지수는 추가 상승 여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허 연구원은 “일본 증시 강세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먀 일본의 대미 수출이 구조적으로 대중 수출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미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반도체/기계 산업들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1월 2~19일)하고 있는 일본 증시 금액(보관액)은 37억6274만75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27억5483만1561달러보다 약 36.6% 증가했다. 해당 통계가 집계된 후 최대 수준이다. 역대급 엔저(低)에 더해 올해 장밋빛 전망까지 겹치자 일본 증시로 향한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일본 주식은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다.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4억4448만달러(577억원) 규모를 사들여 전체 1위를 차지한 상품이기도 하다.

이 상품은 엔·달러를 고정하는 환 헤지(위험 분산)형 상품이기 때문에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달러 등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원화를 엔화로 환전해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환 차익도 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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