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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합격한지는 벌써 1년 가까이 되는데, 도통 연락이 없네요.”
빅5병원에 합격한 간호사A씨는 1년째 일을 못 하고 있다. 당연히 월급도 한번 받아본 적이 없다.
채용 되고도 발령을 받지 못 해서다. 이른바 ‘웨이팅게일(대기 간호사)’이다.
대기 간호사가 생기는 이유는 대학병원이 필요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을 선발해서다. 간호사의 갑작스러운 사직 등을 바로 대처하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이 뽑다보니, A씨처럼 1년째 대기만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 게다가 이렇게 대기 상태로 묶여 있는 간호 인력 때문에 정작 중소 병원에선 간호사 채용이 어려워 난리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 간호사가 다수 병원에 중복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면접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간호계에선 이 외에도 필요 인력만 충원하고 채용 예정일을 명시하는 등 대학병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빅5병원에 취업 성공하고도 1년째 일을 하지 못 하고 있다는 간호사 A씨. [직장인 커뮤니티 캡처]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22개소는 대기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해 동시면접제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 등 빅 5병원 뿐만 아니라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들은 7월과 10월 신규간호사 최종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선 빅5 병원 동시면접제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대한병원협회 조사에 따르면 빅 5병원의 간호사 임용포기율이 2019년 29.6%에서 2022년 22%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동시면접제 탄생 배경에는 대기 간호사 문제가 있다. 그간 대형병원은 간호사의 긴급 사직에 따른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간호사를 최대 3배까지 채용하고, 필요시에 순차적으로 발령해 왔다.
대학병원의 이런 행태는 중소병원에 직격탄이었다. 취업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 해 중소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병원으로부터 발령 소식을 들으면 급하게 사직한다. 실제로 병원간호사협회가 공개한 ‘2022년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에 따르면 타병원으로 이직을 위해 사직하는 인원이 1952명에 달했다.
중소병원으로서는 인력공백을 피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많은 간호사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방으로 갈수록 중소병원은 간호인력 공백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습니다. [조선대 간호대 제공] |
전문가들은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들의 동시면접제가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대학병원들이 정확한 인력추계를 통해 필요 인원만 채용하고, 언제 발령을 낼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동시면접제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지원할 수 있는 병원 수가 줄어든다는 점,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메시지를 대학병원에 준다는 점 등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이에 더해 대학병원은 필요한 간호인력을 추계해 적정 인원을 채용하고, 채용공고에 발령일자도 명확히 하는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