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 이어 뉴햄프셔주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도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가볍게 누르고 본선행 티켓을 사실상 거머쥐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일찌감치 낙점된 바이든 대통령은 전미자동차노조의 지지 선언으로 제조업 중심지인 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에서 확실한 지지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양당 주자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민주·공화당은 조기 대선 레이스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공화당 두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과반 득표하며 1위를 지켰다. 그는 역대 최고 투표수(32만1959표)를 기록한 이번 프라이머리에서 54.6%의 득표율로 43.2%의 표를 받은 헤일리 전 대사를 11.1%포인트 차이로 여유있게 눌렀다.
중도층이 많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선전할 것으로 기대 됐지만 CNN 등 방송사들은 개표 집계 20여분 만에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AP 통신은 트럼프에 대해 “1976년 아이오와와 뉴햄프셔가 1·2차 경선지가 된 이래 연승을 거둔 최초의 후보”라며 “공화당이 그를 3연속 대선 후보로 지명하기 위해 단합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경선 레이스는) 거의 다 끝난 것 같다”고 단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레이스는 끝났다. 두번 연속해서 승리를 거뒀다”면서 나는 바이든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지금까지의 여론 조사 결과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물론 다른 주들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2021년 ‘1.6 의사당 난입사태’와 대선 결과 전복 시도 등 91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후보가 유력한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와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매치’ 준비 태세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24일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노동자 40만명으로 구성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에서 “우리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바이든은 그것을 얻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우리 파업에 동참해 연대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부분파업에 돌입한 UAW의 미시간주 GM 서비스부품 공장 앞 ‘피켓라인’ 현장을 찾아 “근로자가 임금과 복지 등을 더 받아야 한다”면서 노조 편에 선 바 있다.
페인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사기꾼”이라며 “그는 억만장자이며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인종차별, 성차별, 외국인 혐오를 가지고 노동자 계층을 분열시킨다”며 힐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역사상 가장 친노조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당신들과 피켓 라인에 섰을 때 자랑스러웠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제조업 일자리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계속 생산하도록 인센티브를 계속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중서부와 북동부 자동차 제조업 중심인 ‘러스트벨트(rust belt)’가 위치한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지지세를 넓혔다.
이들 지역에선 2016년엔 트럼프 전대통령이,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표 차로 승리하며 전체 대선 판도를 결정했다. 이번 UAW 지지로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든든한 교두보를 얻은 셈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바이든 캠프 언론 책임자 마이클 타일러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전략이 미국인에게 바이든-트럼프 사이에서 ‘분명한 선택’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개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해졌다”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이 없다는 게 나의 메시지”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향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주장을 강화할 전망이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반(反)트럼프 심리를 결집해 투표장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중간선거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준 ‘낙태권’ 문제를 부각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3일 “트럼프가 여성들의 낙태권을 빼앗았다”며 심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