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자랜드 상가의 한 휴대폰 판매점. 김용재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면서 이른바 ‘휴대폰 판매 성지’ 이용고객과 판매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휴대폰 성지를 이용한다는 고객들은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성지를 찾을 사람들은 찾아 온다는 반응이지만, 판매자들은 출혈경쟁이 난무하던 단통법 시행 이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국무조정실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국민들이 통신비 부담’을 언급하며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2014년 핸드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 입법으로 시행됐다. 구매자가 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구입할 때 가입 유형·장소와 상관없이 동일한 단말기 지원금(공시지원금)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문제는 법 시행 이후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플래그십 휴대폰’ 등장과 갈수록 낮아지는 지원금으로 통신비 부담이 더욱 커지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기존에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던 ‘성지’는 단통법으로 인해 규제가 심해져 ‘음지’로 들어갔고, 싼 가격에 휴대폰을 구매하고 싶은 이들은 알뜰폰(MVNO·통신3사가 아닌 자급제폰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동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단통법이 폐지 된다는 소식에 휴대폰 구매 성지를 이용하는 고객과 판매자들의 입장은 10년 전과 반대가 됐다. 과거 단통법을 반대했던 휴대폰 성지 구매자들은 단통법 폐지가 별 영향이 없을 거라는 예측을 내놨다. 지난해 휴대폰 성지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했다는 직장인 박모(26) 씨는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휴대폰 성지에서 핸드폰을 구매할 것”이라며 “조금만 발품을 팔아 성지를 가면 기본 대리점 보다는 단돈 10만원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 성지를 갈 사람들은 계속 성지를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장정준(31) 씨 역시 “단통법 10년 동안 휴대폰 구매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더욱 심화됐다”라며 “오죽하면 ‘알뜰폰 안쓰거나 성지 못찾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왔겠나. 단통법 폐지되더라도 성지에 타격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스마트폰 매장 모습. [헤럴드경제 DB] |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이들은 ‘단통법 폐지 이후’에 대한 걱정을 표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15년째 핸드폰을 판매한다는 A 씨는 “이제 보조금을 두고 다른 업체와 출혈 경쟁하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라며 “다만 음지화 됐던 휴대폰 성지가 다시 양지화 될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휴대폰을 판매하는 업자 B 씨는 “단통법이 정말로 폐지된다면 (업황이 좋아져) 다른 업계로 넘어갔던 다른 예전 동료들이 다시 돌아올 것 같아 좋으면서도 우려는 크다”라며 “공시지원금이 사라지게 되면 정말 무한경쟁시대가 찾아올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정하는 지원금을 고객에 공시할 필요가 없게 되고,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주는 추가지원금 상한선(현행 공시지원금 15%)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경쟁 과정에서 자체 재원을 동원하면 과거 ‘공짜폰’을 팔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대리점간 출혈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다만 단통법 폐지 소비자 체감 효과는 법 개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와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개정하기 위해 국회 논의를 거친 뒤 소비자·업계·전문가 등 다양한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입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