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대세는 金과일 대신 한우

설연휴를 앞둔 24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설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과일 설 선물세트의 선호도가 소고기를 앞질렀지만, 실제 소비는 축산류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값이 날개를 단 사이 한우 값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설 성수품 및 선물 세트 구매 의향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 선물세트 구매 선호도는 과일 혼합세트가 가장 높았다. 사과·배 혼합(10.6%)에 이어 소고기(10.3%), 사과(9.6%), 배(6.9%) 순이었다.

직전 명절과 비교해보면 선호도 1위는 소고기에서 혼합 과일세트로 바뀌었다. 지난 추석 때는 소고기(21.4%), 건강기능식품(16.8%), 사과·배 혼합(12.2%) 순이었다. aT도 이번 설 선물세트 목록에서 신선과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이번 설 사전 예약 판매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 소비자들은 육류에 지갑을 더 많이 열었다.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롯데마트의 축산, 과일 선물세트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30%, 25%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설 한우세트 가격을 전년 설보다 최대 10%가량 인하했다. 그 결과 축산 선물세트 중 한우세트는 매출이 15% 늘었다. 홈플러스에서도 22일 기준 축산 선물세트 신장율이 95.5%에 달했다.

과일의 높은 몸값으로 선호도와 실제 소비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과일 가격의 오름세는 한 풀 꺾였지만, 여전히 전년보다 높은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다. aT에 따르면 24일 기준 후지 사과(10개, 중품) 평균 소매 가격은 2만884원으로 전년(1만5875원) 대비 31.6%, 신고 배(10개, 중품) 평균 소매 가격은 2만4186원으로 전년(2만2834원) 대비 5.9% 비싸다. 사과와 배의 고공행진으로 주요 설 과일세트 가격도 작년보다 20∼30% 올랐다.

반면 한우 가격은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4일 기준 소고기(1+등급, 안심) 평균 100g당 소매가는 1만4083원으로 9.9% 하락했다.

대형마트도 가격대가 저렴한 축종 양념육, 돈육냉장 등 선물세트를 잇달아 선보였다. 물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가성비 축산 선물세트의 인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주부 김한율(36) 씨는 “과일을 사고 싶어도 좋은 상품은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면서 “차라리 가성비 한우세트를 선물하는 것이 좋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과일 선물세트 판매량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 신선도가 중요한 만큼 설이 가까워졌을 때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다만 예약 판매 기준 판매량이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한편 대형마트 3사는 이번 주말부터 설 선물세트 본판매에 들어간다. 예약 판매와 마찬가지로 본판매에서도 부담 없는 가격대의 가성비 상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샤인머스캣 등 혼합과일선물세트나 저렴한 가격대의 축산류 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본판매에서도 가성비 선물세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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