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한 윤-한…다른 듯 닮은 ‘마이웨이’ 스타일[이런정치]

지난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전우(戰友).’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를 한때 이렇게 평가했다. 두 사람은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는 굵직한 사건 수사를 함께한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좌천과 이후 ‘파격 발탁’을 통한 초고속 승진까지 비슷한 삶의 궤적을 보여 왔다. 사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아끼는 후배이자 동생으로 알려진 한 위원장은 대검 간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등 위치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의 각 정점에 오른 이들의 지난 21일 첫 정면충돌은 이러한 ‘관계성’과 맞물려 더 큰 충격을 가져왔다. 이른바 ‘윤·한 갈등’은 이틀 만에 봉합됐지만, 총선 앞 ‘공천’을 두고 2차전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러한 우려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과거 특수부 검사 시절부터 보여 왔던 ‘마이웨이’ 스타일에서 출발한다. 아울러 한 위원장이 ‘최고 권력자와의 대립을 통한 별의 순간’을 재현해 낼지 역시 주목된다.

‘檢 특수통’ 공통점…‘마이웨이’가 이끈 정치 입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모두 검찰 시절 특수부 검사의 정점에 올랐던 인물들로, 개인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 상승에는 모두 이른바 ‘권력 수사’를 하다 외압을 받아 좌천됐다는 서사가 크게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1994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특수통 검사로서 입지를 다지며 승승장구하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이른바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사건 수사팀장으로 기용된 뒤 경력에 제동이 걸렸다. 그를 팀장에 앉혔던 채동욱 당시 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물러난 뒤에도 수사를 이어가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그해 서울중앙지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조 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이 발언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4년부터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 현안 수사와 거리가 먼 곳으로 좌천을 반복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해 특수통 검사로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하지만 이후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이 시작됐고, 이는 윤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이끄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 위원장 역시 검찰 내 손꼽히는 특수통으로서, 2001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초임 생활을 보내고, 대검 중수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초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을 거치며 ‘특수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2019년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오르며 최연소 검사장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연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박영수 특검팀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등을 윤 대통령과 함께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 역시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정권의 눈 밖에 나며 지방을 전전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尹만 지지율 하락…韓, ‘홀로 서기’ 나설까
[한국갤럽 제공]

검찰 시절 ‘윗선’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 결국 고초를 겪었다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뚝심’ 혹은 ‘마이웨이 스타일’로 압축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과 한 위원장의 윤 대통령에 대한 “맹종하는 관계가 아니다”, “지금같이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일할 것” 등의 발언도 이러한 그들의 스타일을 짐작하게 한다. 윤 대통령 또한 한 위원장에 대해 ‘독립운동하듯 수사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차이점은 윤 대통령은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에 맞서다 반대 진영인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한 위원장은 같은 당의 대통령과 충돌을 빚었단 점이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여론 조사는 이번 충돌의 승자가 한 위원장이란 쪽에 무게를 싣는다. 갈등 직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급등했지만, 한 위원장이 이끄는 여당 지지도는 흔들림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4주 차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5%P 오른 63%로 집계됐다. 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부정 평가 급증에도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직전 조사와 마찬가지인 36%를 유지했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차별화를 국민들이 수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총선 프레임 자체도 ‘정권 심판론’에서 ‘미리 보는 차기 대선’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양측 갈등이 유권자들이 인식하는 권력 이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갈등의 원인으로 윤 대통령을 지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NBS·한국갤럽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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