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농심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김치라면 포장지에 김치를 중국어 ‘라바이차이’(辣白菜)로 표기했다가, 비난 여론에 삭제하기로 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김치라면과 김치사발면(용기면) 포장지에 적힌 라바이차이 표기를 삭제하고, ‘Kimchi(김치)’ 영문 표기만 사용할 예정이다.
농심에 따르면 라바이차이 표기는 제품 출시 초기부터 수 년간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해당 제품에 대한 노출이 많아지면서 제품 표기 문구가 논란을 샀다.
라바이차이는 중국에서 김치를 의미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네이버 중국어 사전에서 라바이차이를 검색하면 ‘김치 [한국 고유의 염장 발효 식품. 소금에 절인 배추, 무 등의 채소를 고춧가루, 마늘 등에 버무려 발효시킨 음식]’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동북 지방에서 배추절임 음식을 라바이차이라고 부른다는 이유로 김치와 라바이차이는 엄연히 다르다고 본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 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인데, 우리의 ‘김치’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며 “한국 정부는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를 ‘신치’(辛奇)로 명시한 바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떨칠 수 있도록 우리 기업들도 올바른 김치 표기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중국이 김치를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바꿨다.
농심 측은 “김치라면은 과거 미국 시장에 진출한 초기에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아시안 마켓에서 많이 팔린 점을 고려해 라바이차이란 표기를 해왔다”며 “이 자체가 표시 규정과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신속하게 패키지를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