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사재기 혐의 시의원…대법 “폭리 목적 없어, 유죄 판단 잘못”

대법원.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코로나19 당시 마스크를 사재기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 지방의회 시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혐의 유죄 판단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판매가격이 당시 시장가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물가안정법 위반 혐의를 받은 전 시의원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5월까지 식약처장의 승인·신고 없이 KF94 마스크 43만6000여개를 판매한 혐의와 2020년 4월, KF94마스크 1만2000장을 10일 이내에 판매하지 않고 77일간 보관한 혐의 받았다. 일명 물가안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물가안정법은 코로나19 당시 긴급수정조치를 통해 마스크를 일정 갯수 이상 판매할 경우 식약처장의 승인·신고를 받도록 했고, 같은법은 마스크를 대량으로 매입해 판매하지 않는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사재기’ 행위가 물가안정법이 처벌하는 매점매석 행위에 해당한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각각의 혐의에 대해 “식약처장에 승인·신고해야 했던 시기 이전에 영업을 개시했다”며 “폭리 목적도 없었기 때문에 매점매석 행위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을 맡은 창원지방법원 4형사부(부장 장유진)는 2021년 12월, A씨에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코로나19 당시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을 위해 긴급수정조치,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을 시행했는데 A씨는 신고 및 승인을 누락한 채 마스크를 판매하거나 장기간 보관해 정책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마스크 판매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었고, A씨의 판매처가 지방자치단체라 신고 및 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잘못 생각한 것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2심에선 혐의 일부분에 대해 무죄가 나왔다.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이 이뤄졌다. 2심을 맡은 부산고등법원 창원1형사부(부장 성언주)는 지난 2월, 이같이 선고했다.

대법원은 A씨의 혐의 중 사재기 관련 부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공공기관·관공서에 공급한 판매단가가 시장가격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이런 정황은 A씨가 폭리를 목적으로 마스크를 매점하거나, 판매를 기피한 행위와 배치되는 대표적인 정황”이라고 했다.

이어 “조달청의 판매 일시정지 조치 등의 상황으로 인해 A씨가 마스크를 판매하지 못했거나, 판매를 지연시킨 주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A씨가 마스크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일부러 판매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상황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 중 매점매석 행위와 관련된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돼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는 4번째 재판에서 감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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