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보기관 보고서 “유엔직원, 이스라엘 여성 납치에 가담”

29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캠프의 팔레스타인-이집트 국경 근처에서 실향민 팔레스타인인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의 구체적인 행위가 파악됐다. 이 직원들은 이스라엘 여성을 납치하고 하마스에게 군수품을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UNRWA는 팔레스타인인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1949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하마스 연계 의혹이 제기된 UNRWA 직원 12명 중 6명의 활동 내용이 담긴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보고서가 미국에 전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UNRWA 직원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이스라엘 여성을 납치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스라엘 군인의 사체를 가자 지구로 옮기는 데 가담했다. 이 직원은 하마스 공격 당일 탄환을 배급하고, 공격에 사용된 차량을 제공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스라엘 주민 97명이 학살당한 키부츠(집단농장) 현장에서 UNRWA 직원이 머물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모두 6명이 활동 내역이 확인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휴대전화 데이터를 이용한 위치추적과 하마스 포로에 대한 심문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보고서가 신뢰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유엔은 이스라엘이 밝힌 UNRWA 직원 12명 중 사망한 직원 등을 제외하고 9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UNRWA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 1차 의료와 인도적 구호 활동, 교육 업무 등을 수행해왔고, 약 1만2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중 10%에 해당하는 1200명이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의 다른 이슬람 무장 조직과 연관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UNRWA의 남성 직원 중 하마스와 연관된 직원의 비율은 23%에 달한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주장이다. 이는 하마스와 연관된 가자지구 일반 남성의 비율 15%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이스라엘은 UNRWA 직원 1만2천 명 중 49%가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 조직에 가까운 친척 등 연결고리를 두고 있다고 파악했다.

최근 이스라엘은 미국에 이 보고서를 전달했고,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핀란드 등도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UNRWA 일부 직원들의 구체적인 테러 행위 가담 사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UNRWA에 지원되는 자금과 구호품이 가자 주민이 아닌 하마스에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