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소통관에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가 놓여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판매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린 배경에는 내부통제 기준의 실효성, 상품 판매 이후 금융사고 대비책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 검사에서도 이런 기준으로 내부통제 작동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31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제21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라임·옵티머스펀드 판매사 CEO들의 지배구조법 위반에 대한 조치가 결정된 지난해 11월 29일 정례회의에선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관련한 법리적 판단 기준이 위원들 간에 공유됐다.
특히 당시 회의에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대법원 판결을 기반으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3가지 세부요건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첫 번째 요건은 실질적 기준 마련 여부였다. 내부통제와 관련한 내규가 형식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선언적인 수준으로 실효성이 없어 개별 사건에서 작동이 되지 않았다면 현실적인 구현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두 번째로 금융회사 내 상품설계·영업·리스크감시·소비자보호 관련 부서들이 서로 독립돼 있어 견제·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지 여부다. 예컨대 새 펀드 상품 선정·출시를 결의할 때는 리스크관리부서, 소비자보호부서 등과 제대로 합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는지를 보고 실효성 여부를 따진다.
마지막으로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명백히 금융사고의 예측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비한 방지책을 규정화하지 않았다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관련한 이 세부요건들은 추후 홍콩 ELS 판매사의 책임 여부를 따질 때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 기준이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출시상품 선정시 리스크·소비자보호 관련 부서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는지, 판매 이후 H지수 하락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는지 등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만약 판매사의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판단에 이를 경우 CEO 제재 가능성도 거론될 수 있다. 라임·옵티머스펀드 판매사(신한투자증권·KB증권·대신증권·NH투자증권·기업은행·신한은행·신한금융지주) 사례를 보면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가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는 등 CEO들에게 중징계가 내려졌었다.
금감원은 이달 8일부터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12개 홍콩 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월까지 검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은행의 소비자보호 절차들이 실효적 장치인지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 ELS 관련 손실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확정 손실액은 29일 기준 3114억원에 달한다. ELS가 팔려나갔던 2021년 한때 1만2000선까지 넘었던 H지수는 최근 5200선에 머무르며 대규모 손실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가 15조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손실액이 6조~7조원이 될 수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ELS 상품 판매 중단에 차례로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ELS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전날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