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규제에도…테슬라 “중국 CATL 장비로 메가팩 만든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가 자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을 중국 CATL의 장비를 이용해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정치권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네바다주 스팍스시에 CATL의 유휴 장비를 이용해 메가팩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공장의 생산 능력은 10기가와트시(GWh)다.

소식통은 “대형 ESS 제품용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해당 공장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유휴장비를 들여오는 방식인 만큼 비용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ESS 사업이 전기차 사업보다 올해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지난해 테슬라는 15GWh의 ESS 배터리를 생산해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테슬라 측은 공장이 완공된 후 생산설비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며 장비 비용에 대한100%를 부담하는 만큼 CATL의 영향은 최소화된다는 입장이다. CATL의 직원들은 장비 설치 이후에는 아무런 역할이 없다는 게 테슬라의 설명이다.

테슬라는 기존 메가팩 제품에 이미 CATL의 배터리 셀을 사용하고 있고 새 시설에서 제작되는 셀에도 동일한 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미국 정치권과 산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 중국 업체의 장비를 도입해 ESS를 생산하는 것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비 대금으로 넘어간 현금이 CATL의 경쟁력을 확대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9일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과 상무에너지위원회 맥모리스 로저스 위원장은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업체 4곳이 포드 배터리 공장의 설계, 건설, 정보기술(IT) 공정에 관여했다”면서 “이들 업체는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에도 관여했을 수 있어 상당한 사이버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포드가 지난해 2월 CATL과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을 발표하면서 이 공장은 반(反) 중국 공세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다. CATL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LFP 배터리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합작사를 설립한 것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우회하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하원 세입위원회와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지난해 9월 포드는 공장 건설을 전격 중단했고 두달 뒤인 11월에 투자규모를 당초 35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줄이고서야 건설을 재개할 수 있었다. 고용인력도 2500명에서 1700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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