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선거제 당원투표로 ‘이재명 책임회피’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결정을 위해 전 당원 투표 실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당원들의 의사를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선거제 결정을 놓고 치러질 전 당원 투표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투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의 공식적인 논의와 의결을 거치게 된다. 그간 지도부가 설 연휴 전 선거제에 대한 민주당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예고해온 만큼, 빠른 시일 내 투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선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이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직접 약속한 연동형 사수를 지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당심을 명분으로 부담을 분산 시키기 위한 ‘우회안’을 택했다는 지적이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 다수는 병립형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이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병립형을 고집하는 의원이든 이에 반발하며 준연동형을 주장하는 의원이든 이 대표가 결론을 내고 설득하면 따르겠다는 상황”이라고 했다.

친명계 의원들마저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전당원투표에 대해 “무책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선거제는 지도부가,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달성해야 할 정치적 목표를 고려해 책임감을 갖고 결정해 의원들을 설득하고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결정이 어렵다고 당원투표에 던져버려선 안 된다”며 “당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방향을 믿고 뽑아준 당원들에게 이 현안을 묻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도 “지도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선거제를 전당원투표에 부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당내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직접 이야기했으니 이제 결정을 내릴 시간이다”라며 “대표가 결단만 하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이 불리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결정을 전 당원 투표에 부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3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2020년 11월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쳤다. 당시 보궐선거는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로 발생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우리 당 소속 인사의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르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이 있는데도 당원 투표를 실시한 뒤 공천을 해서 얼마나 많은 국민적 비판을 받았느냐”라며 “선거제 까지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큰 정치적 타격을 다시 한번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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