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1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과 ‘맞교환’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방금지법’이라고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화하고 협회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조직표’를 얻기 위해 민생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주택법 개정안 통과 ‘조건’으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혁신도시법 ▷불법건축물 양성화법 등을 국민의힘 측에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원내지도부가 3년 유예안을 국민의힘에 제시했다고 하지만 국토위에서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도 있다”며 “세 개 법안 모두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법안들이기 때문에 어떤 법안을 테이블에 올릴 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 중 ‘주택법을 처리해줘야 하냐’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지만,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거세 주택법 통과를 미루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불리하다”며 “주택법을 통과하는 대신에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등 법안을 동시 처리하자는 의견이 오가고 있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공인중개사협회에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협회를 법정단체로 격상 ▷공인중개사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가입 의무화 ▷협회에 공인중개업 개설등록 허가 권한 부여 ▷회원의 윤리 의무 위반 시 협회 차원의 페널티 처분 권한 부여 ▷협회에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 권한 부여 등이 포함됐다.
혁신도시법 개정안은 혁신도시 입주기업의 이중 승인과 양도 가격을 영구 제한하는 등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다. 불법건축물 양성화법(특정 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불법적으로 개조된 주택 등 건축물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정식 사용승인을 내줄 수 있게 해 합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불법건축물인지 모르고 주택을 매입했다가 이행강제금을 부과받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법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경우 주택법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12만 명의 협회 회원 표심을 얻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이다. 국민의힘 국토위 관계자는 “이미 공인중개사에 대한 금지행위나 처벌 규정은 기존 공인중개사법에 담겨 있다. 개정안은 협회에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쥐어주는 것”이라며 “제2의 로톡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국토위 소속 의원들 간 의견일치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입주가 불가능한 사례를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정부 측에서는 사례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국토위 관계자는 전했다.